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6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추진된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 때까지 이 장관 권한은 정지된다.
이날 야 3당이 접수한 탄핵소추안을 보면 재난 예방·대응과 관련한 헌법·법률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 이 장관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이 재난·안전 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대책본부를 바로 가동하지 않는 등 재난안전법이 규정한 행안부 장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유가족에 대한 이 장관의 2차 가해성 발언, 국정조사장에서 한 위증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보고를 거쳐,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야 3당은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예정된 8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원내 과반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사례로 기록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 있게 사과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며 “국정조사도, 경찰 수사 발표도 끝난 상황에서 이 장관이 책임질 일만 남았지만, 대통령과 검찰, 정부·여당은 이 장관을 치외법권,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헌정사상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이 장관이 어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론’이라는 족쇄를 채워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면 정치를 희화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자진 사퇴에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장관 파면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장관도, 대통령도 듣지 않아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계기로 여야 대치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탄핵 여론 높다’ 판단한 野… 역풍 우려에도 ‘對與 공세’ 고삐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따지지 말고 다수당이 할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6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결과를 예단해 좌고우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둘러싼 당내 회의론에 대해 ‘국민의 뜻’을 들어 반박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결과를 예단해 좌고우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안건으로 논의했지만 의원들 사이 이견이 커 제동이 걸린 지 나흘 만에 ‘칼’을 뽑아든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이 장관 탄핵이 기각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정부에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더라도 결국 결정이 헌재로 가는 터라 불확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견에도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밀어붙인 건 결국 이 장관 탄핵에 동의하는 국민 여론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주와 이번주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며 “지난주 대비 중도층에서 (이 장관의)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포인트 더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탄핵 가능성 또한 낮지 않다는 내부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장관의 경우 파면 결정에 따른 영향이 대통령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더라도 파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파면 이후) 국정 공백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리가 나왔다”며 “장관의 경우는 차관이 있다.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사실상 정치적 책임에 따라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탄핵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 혼란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쥐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이번 탄핵 추진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 ‘난방비 폭탄’ 등 민생 이슈 제기로 가져온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차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6년여 만의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연일 강공이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이 장관 탄핵 추진에도 ‘이재명 방탄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같은 당 소속 재선 의원도 “탄핵 추진이 방탄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반대 의견을 냈다”며 “당 지도부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탄핵 추진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결국 방탄 프레임이 씌워질 것”이라며 “이 장관 탄핵 추진을 민생과 연결지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또한 이 장관 탄핵 추진이 ‘방탄용’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 공소장 여기저기에 이재명 대표의 범죄 사실과 법 위반 사항이 즐비하다”며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탄핵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기어이 국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가더니, ‘탄핵’과 ‘특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민주당 내 비판 목소리마저 묵살됐다”며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사당화가 완성됐다”고 비판했다.
◆장관 탄핵안 통과땐 헌정사 처음… 헌재서 최종 인용 여부는 미지수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함에 따라 이 장관 직무정지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의석(169석)만으로도 탄핵안의 처리가 가능해서다. 이 경우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다만 탄핵 소추위원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라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달갑지 않은 요인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난관이다. 헌법 65조는 국회의 장관 등 국무위원 탄핵 소추 의결 요건을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정하고 있다. 탄핵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이 발의할 수 있다. 탄핵안의 국회 처리 절차는 국회법 130조에 따른다. 발의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무기명)에 부친다. 재적 과반수(150명) 의원이 찬성할 경우 탄핵안은 가결되며 이 장관의 직무는 헌재 결정이 나기 전까지 정지된다.
이어 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한테 전달받은 탄핵소추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함으로써 탄핵심판을 정식으로 청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사실상 공이 국회에서 헌재로 넘어가게 되며, 이 장관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도 헌재가 된다.
헌재의 선택지는 각하, 기각, 인용 등 세 가지다. 헌재는 청구 또는 소송이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각하 결정을 내리고 심리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대의기관인 국회가 청구한 탄핵심판이어서 각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판관 9인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 심리로 탄핵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인 만큼 이 장관은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 의견을 밝힐 수 있다. 다만 이 장관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당사자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인용되며, 이 장관은 파면된다.
민주당이 염려하는 부분은 탄핵 소추위원이 김도읍 위원장이란 점이다. 소추위원은 형사사건으로 치면 검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번 탄핵안의 경우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어 향후 탄핵심판에서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헌재에 출석해 박 전 대통령 파면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모두 탄핵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간 국회에 발의된 탄핵안은 15건(중복 안건은 1건으로 집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3명이 국회에서 가결됐으며, 이 중 박 전 대통령 탄핵안만 헌재에서 인용됐다.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편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행안부 차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관급의 실세형 인사를 기용해 이 장관의 공백을 메우고, 탄핵안 국회 가결로 흔들릴 수 있는 행안부 조직을 안정시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