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데뷔 시즌부터 주전을 꿰차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신인으로서 주전 자리만 따내면 신인왕의 타이틀이 따라올 가능성이 커진다.
2022~2023 V-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신인왕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녀부 모두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신호진(OK금융그룹)과 염어르헝(페퍼저축은행)이 좀처럼 자리를 못 잡거나 수술로 시즌 아웃된 상황 속에서 혼전 양상으로 가는 모양새다.
남자부는 ‘전통의 명가’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신인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삼성화재의 미들 블로커 김준우(23)다. 전체 3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개막전부터 선발 출장한 김준우는 1라운드 땐 주전과 벤치를 오가다 2라운드부터 확고부동한 주전 한자리를 꿰찼다. 24경기 84세트를 뛰어 132득점(공격 성공률 52.38%)을 기록하고 있다. 세트당 평균 0.536개의 블로킹은 전체 8위에 올라있다.
현대캐피탈은 ‘코트 위의 야전 사령관’인 주전 세터 자리를 신인에게 맡기고 있다. 주인공은 이현승(22). 전체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된 이현승은 남자배구 세터 계보를 잇는 명세터 출신인 최태웅 감독의 조련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2라운드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27일 첫 데뷔전을 치른 이현승은 3라운드 12월14일 우리카드전부터 주전 세터로 낙점받아 이후 계속 선발 출장하고 있다. 신인이라 경기마다 기복이 있는 게 흠이지만,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실수 이후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과 배짱이 돋보이는 선수다. 최 감독조차 “이현승 나이에 주전 세터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고 치켜세울 정도다.
출전 시간이나 개인 기록에선 김준우가 앞선다. 다만 현대캐피탈이 사실상 봄배구를 예약하는 등 7일 현재 2위에 올라있는 반면 삼성화재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팀 성적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이현승에게 시즌 막판 표심이 몰릴 수도 있다.
여자부에선 김준우나 이현승처럼 확고부동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가 없어 신인왕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몽골 출신 귀화선수로 여자배구 국내선수 중 역대 최장신(195cm)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전체 1순위 염어르헝은 2경기만 출전한 뒤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그나마 KGC인삼공사에서 출전 기회를 받은 신인들이 좀 있어 집안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체 4순위로 입단한 세터 박은지(19)는 시즌 초반 주전세터 염혜선이 부진할 때 출전해 과감한 토스워크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등 20경기 46세트에 출전해 신인 중 가장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2라운드 6순위로 뽑혀 박은지와 입단동기가 된 리베로 최효서(19)는 주전 리베로 노란이 국가대표팀 훈련 때 아킬레스건 파열로 장기부상을 입으면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 17경기 43세트에 출전해 준수한 수비력을 뽐내며 신인으로 올스타에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