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업체나 어민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통령 표현대로 ‘영업사원’이 돼 드리겠다.”
우리나라 어업 및 해양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얼마 전 굴 수협(수산업협동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필요하면 (수출 세일즈 현장에) 저와 같이 가자’고 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해수부는 최근 윤석열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수출 드라이브에 발맞춰 해외 수출 동력 확보에도 열심이다. 조 장관은 “기회가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로 항만 건설 분야 세일즈를 하러 가볼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우리 엔지니어링 업체들 및 최근 진행 경과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취임 9개월째를 맞이한 조 장관은 어촌 소멸 문제는 물론 불황에 대비한 해운업 경쟁력 확보, 해상 풍력 발전에 대한 어업인들의 반대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조 장관은 전국 각지의 어민과 해양·수산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는 ‘현장형 장관’으로, 소통을 통해 난제를 해결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양 방류가 임박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조 장관이 풀어야 하는 가장 시급한 숙제다. 조 장관은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일본이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으면서 방출하겠다고 하는 만큼, 해수부 입장에서는 방류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철저한 검증과 감시, 수산물에 대한 안전 검사를 약속했다.
다음은 조 장관과의 일문일답.
―올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이 예상되는데 대책은.
“일본이 방류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이 일본 말대로 안전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 일본이 계획대로 방류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도 문제다. 이는 국제사회의 감시가 필요한 부분이고, 방류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그 물이 우리 수역에 어떤 환경적 영향을 미칠지 계속 검사를 해나갈 것이다. 올해부터는 선박에서 방사능 물질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우리 해역 바깥에서 오염수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수산물 안전 부분도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능 검사 인력이나 장비를 확충해 검사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 모멘텀이 꺼지지 않을지도 우려되는데, 비축·방출 예산 및 상생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소비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해놓고 있다. 필요하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할 때도 수산물을 갖고 가서 ‘우리 수산물 안전합니다’라고 홍보도 할 계획이다.”
―선박 평형수를 통해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해(遠海) 선박들은 평형수 처리 장비를 설치하고 있으며, 평형수 관리는 국제 협약에 의해 이뤄진다. 일본에서 평형수를 실어서 오게 되면 우리나라 인근이나 영해에 들어오기 전에 적절한 장소에서 버리고 그곳에서 다시 교환해서 갖고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여부에 대한 검사도 샘플 등을 통해 진행한다.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그쪽 지역에서 들어오는 평형수는 일체 (반입이) 안 되게 할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해운업계 전망은.
“‘하방 안정세’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컨테이너 운임이) 겁이 날 정도로 떨어졌다. 다행히 12월부터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이후에는 해운시장 상황이 다소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한데 집값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운임이) 막 올라갈 때 배를 만들기 시작한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짓기 시작하고, 다 지어놓고 나면 가격이 내려가 버리는 것과 유사한 셈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약 2647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인데 올해 컨테이너선 공급이 218만TEU 정도 늘어난다. 10%가량 선복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상품교역 증가율은 2%(IMF)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과연 늘어날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업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책은.
“불황기에도 국적 선사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3조원 규모의 경영 안전판을 마련하겠다. 최대 1조원 규모의 위기대응 펀드를 조성해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중소선사 대상 30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해양진흥공사가 선박 최대 50척을 확보해 임대하는 ‘공공 선주사업’(최대 1조7000억원)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선복량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을 지난해 105만TEU에서 2027년 130만TEU로 약 25% 확대하고, 해외 거점 항만에 공동물류센터와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출형 블루푸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고, 필수 영양소를 다 갖고 있는 수산식품을 통칭하는 말로 블루푸드가 쓰이게 됐다. 지난해 블루푸드 수출액이 31억6000만달러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과 비교하면 작게 보이지만, 작은 것도 많이 모아가야 커지지 않겠나. 우리 국민도 이와 관련해 생계를 이어가거나 사업을 하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수 기업을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해외 시장 마케팅 등을 돕는 ‘성장 사다리 바우처 사업’을 확대하고, 무역지원센터 등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김과 참치 수출이 많은데, 이 부분은 수출 10억달러를 빨리 달성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2027년까지 수산식품 1000만달러 수출 기업 100개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을 계속 만나지만 (어민들이) 해상 풍력 발전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상 풍력의 제일 큰 문제가 에어리어(면적)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업, 해양환경, 해상교통 영향 등을 사전에 검토해 적합 입지를 직접 발굴하고, 사업자를 공모·선정하는 계획 입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어촌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층 유인 정책을 발표했다. 잘 될 수 있을까.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정말 위험한 수준으로 가게 되지 않겠는가. 미래의 어촌주민이 될 수 있는 ‘어촌 관계인구’를 확대하기 위해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어촌 살아보기’, ‘4도 3촌’(4일은 도시 3일은 어촌 거주)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 낙후된 어촌의 생활·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선·양식장 임대제를 도입하고, 청년·귀어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창업 및 주택자금 등의 지원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해양레저관광이라는 것이 사실 분절화 돼 있다. 낚시하는 사람은 낚시, 레저 보트면 레저 보트, 해수욕이면 해수욕 등. 이렇게 끊어져 있는 것을 한꺼번에 묶고, 수산 쪽 먹거리와 쉴거리 등 해양치유산업을 총괄적으로 연계한 하나의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를 만들어보겠다.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해 해당 지역에 교통과 숙박 등의 인프라를 개발하고, 관광 코스화와 상품개발 등으로 즐길 거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세부 추진계획 등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공모를 통해 조성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관련 분위기는.
“(엑스포 유치에) 전 정부적으로 나선 것이 이번 정부 들어와서지 않은가. 지난해 6∼7월부터 시작을 한 셈이니까 그때와 비교하면 경쟁 도시와 간격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태평양 도서국 이외에도 바다와 관련된 국가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어디든 찾아가서 유치 교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엑스포가 갖고 있는 의미는 월드컵, 올림픽과는 또 다르다. 월드컵 등은 단기간이지만 엑스포는 6개월이어서 관광객은 물론이고, 체류하는 인력들은 완전히 한국을 느끼고 갈 수 있다.”
―‘여객선 미기항 소외도서 제로화’를 발표했는데 계획은.
“우리나라에는 여객선이 다니지 않아 교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도서가 아직도 40개 있다. 올해 지자체와 함께 10개 소외도서에 소형 선박을 투입해 섬 주민의 교통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소외도서 제로화를 달성하겠다. 또 올해부터 여객선에 실리는 택배 차량과 화물의 운임을 지원하고, 화물 하역요금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