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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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부터 국내 외환시장 빗장 풀린다

정부,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 발표

인가받은 글로벌 금융기관 참여
현물환 이외 FX스왑거래도 개방
마감 시간은 오전 2시까지 연장
“외국사 통제수단 필요” 지적도

내년 7월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전면 허용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 70년 넘게 유지돼온 국내 외환시장의 빗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풀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오후 3시30분으로 규정된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7일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재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허용된다. 외환시장은 금융기관 간 외환거래가 일어나는 장외시장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국내 금융기관만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동일한 유형의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에 외환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헤지펀드 등 투기 목적의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는 제한된다. 정부는 개방 범위에 현물환뿐 아니라 1년 이하 만기 단기 외화자금 거래인 FX스왑거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도 10시간 30분 더 늘어난다. 마감 시간이 런던 금융시장 마감에 맞춰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이에 따라 야간시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외환시장이 일찍 마감된 탓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하고,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 개장 이후에 실제 시장 환율로 정산했던 불편함을 덜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은행권 준비 상황 등을 봐가면서 개장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에 나선 것은 무역규모 등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반면 외환시장이 정체돼 자본·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원화를 투기적 경로로 활용하거나 조선사 호황 등 국내 요인에 따라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등 폐쇄·제한적 외환시장 구조가 오히려 환율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도입 등으로 대외부문 취약성이 크게 완화되고, 지난해 ‘킹달러’ 속에도 원·달러 환율이 주요 통화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대외안정성이 개선된 점도 이번 대책 추진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소환되고 있는 현실에서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명확한 통제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야간 시간대 유동성 부족이나 역외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및 쏠림 현상 심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