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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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사자 속출하는데도 “무적 군사력 개척” 강조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전쟁준비 태세 완비와 무적 군사력 개척, 작전전투 확대 강화 등을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무적의 군사력으로 당의 방대한 투쟁사업을 떠받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37일 만이고, 노동당 중앙군사위가 소집된 것도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이 전쟁준비 태세 완비와 무적 군사력 개척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개된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맞서 군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그간 만지작거렸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2017년 9월 이후 중단한 7차 핵실험 의지를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재작년 1월 노동당 8차대회에서 신형무기 개발 등 5대 핵심과제 발표 이후 16차례나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 9월엔 핵선제 타격을 법제화했다. 이러니 인민군 창건 75주년인 오늘 열병식에서 핵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와 스텔스 무인기 등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체제보장을 위해 핵실험은 말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대결국면으로 끌고가 향후 정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북한의 도발 본능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최고조로 발휘될 공산이 크다. 무력시위 수준을 넘는 추가 핵실험과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발사 같은 국지적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변수는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개성시에서조차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선전 매체들의 애국미 헌납운동 언급이 부쩍 늘고,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식량을 헌납하라고 독촉하고 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의 식량난을 떠올리게 한다.

김정은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김씨 왕조’ 유지에 있다. 북한 지도부는 통치자금과 핵·미사일 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엔 가상화폐 해킹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북한과 연계된 해커조직들이 작년에 약 2조250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해킹해 훔쳤다는 보고서가 나왔을 정도다. 아사자가 속출하는데도 훔친 돈으로 “전쟁준비” 운운하며 무기를 개발하는 게 정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