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일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제기된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검찰의 관련 수사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결국 대장동 ‘본류’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마무리 돼야 나머지 관련자 수사도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이날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세후 25억원 상당)은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하나은행과의 컨소시엄 유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거나, 곽 전 의원이 실제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50억원의 대가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내세웠던 사실관계는 일부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매장 문화재에 대해 문화재청에 질의했던 사실이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돈 문제로 언쟁을 벌였던 것, 아들 병채씨가 받은 금액이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는 점 등을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병채씨에게 지급된 돈이 알선과 관련 있거나 그 대가로 볼만큼 충분히 입증이 안됐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곽 전 의원이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남욱 변호사에게서 현금 5000만원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5년 (남 변호사에 대한) 수원지검 수사사건에 대한 법률상담의 경우 곽 전 의원이 법률판단을 통해 들인 노력의 정도, 변호인들이 한 업무와 곽 전 의원이 법률상담에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하면 곽 전 의원과 남 변호사가 주장하는 법률상담에 대한 대가는 지나치게 과해 사회 통념상 변호사 보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당시인 지난해 2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인사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곽 전 의원 기소에서 사실상 멈춰 섰고 선택적 수사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권 전 대법관은 특히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월 15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2021년 권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판결을 선고해주는 대가로 대장동 일당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재판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50억 클럽 의혹은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가 맡고 있다. 수사팀은 김만배씨와 무이자로 50억원을 거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 홍성근 회장 사건, 박영수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비정상적으로 분양받은 혐의(주택법 위반)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이 이 대표와 관련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지연 비판에 대해 “수사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