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를 7개월가량 앞둔 대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대면심문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대법원이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법원 측 주장이다. 하지만 수사의 생명인 신속성과 밀행성을 해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수사기관과의 협의나 통지조차 없이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입법예고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압수수색은 신병 확보와 더불어 수사 성패를 가름하는 초동단계 조치다. 영장 청구 사실 자체를 철저히 보안에 부쳐 전광석화처럼 진행하는 게 기본이다. 대법원 측은 복잡한 사안에 한해 영장 신청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강도나 납치, 살인 등보다는 정치적 입장이 갈리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대면심문을 하면 영장 청구 사실이 공개되고 피의자 도주나 증거인멸 기회만 줄 공산이 크다. 범죄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 발목만 잡을 수 있다. 행여 영장 기재 혐의가 대면심문해야 할 정도로 빈약하다면 재청구하라고 판사가 기각하면 될 일이다.
6년 전 김 대법원장은 “저의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과연 ‘김명수 코트’ 6년을 변화와 개혁으로 평가하는 법조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공관 개축비나 아들 내외 ‘공관 재테크’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고법 부장승진제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으로 열심히 일할 의욕을 꺾고 후배들 눈치나 봐야 하는 법원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장기 미제 사건이 급증하면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양승태 코트’를 적폐로 몰아 코드인사를 단행하더니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내부 질서와 기강이 무너진 대법원이 수사체계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대면심문을 추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와 관련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 퇴임 이후를 염두에 둔 ‘법원판 검수완박’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