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제 말 안 끝났습니다, 제가 2020년 8월21일에 발의한 법안이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발의한, 추진한 법안입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장관으로서.”
앞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8월 자신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이야기하던 중 이처럼 쏘아붙였다.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 전 ‘검찰 권한 대폭 축소와 수사 담당 검사 연락처 등 공개 법 추진’ 보도 관련 질문을 기자들에게 받고 “차라리 콕 짚어 특정인이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을 만드는 게 국민에게 덜 피해를 줄 것”이라던 한 장관 발언의 정치적 편향성을 김 의원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의원의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 혼동 발언으로 잠시 논점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두차례나 비슷한 법안 발의가 과거 있었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는 점에서 김 의원 발의 법안의 통과 여부를 향한 관심도 적잖게 쏠린다.
◆2000·2013년에도 檢의 제척·기피·회피제도 관련 법안 발의돼…임기 만료로 폐기
2000년 11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안상수 의원을 포함해 총 133명의 이름으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에서 대표 발의자인 안 의원은 “검사나 검찰청법에서 정한 검찰청 직원 등에게도 법관 등과 마찬가지로 제척·기피·회피제도를 두도록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었다.
‘제척’은 법관이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의 친족 혹은 법정대리인인 경우 등 일정한 유형의 법률상 사유가 있을 때 자동으로 담당 법관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제도다. ‘기피’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당사자 신청에 의해 법관을 그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이며, ‘회피’는 법관이 스스로 직무집행에서 물러나는 제도다. 이를 그대로 검사에게도 적용하자는 의미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김회선 수석 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개정안은 재판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인정되는 법관·법원 직원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제도를 검사·검찰청 직원에게도 준용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취지로 그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면서도 “외국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현행법에서도 검찰 예규나 검사 윤리강령 등 하위 법령으로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위 법령으로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형사소송법의 명문화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는 거다.
김 전문위원은 같은해 12월 열린 제215회 국회(정기회) 제14차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2013년 12월 제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이노근 의원이 대표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김춘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 의원을 포함해 총 14명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안에서 대표 발의자 이 의원은 “법관에 대한 제척·회피·기피는 가능하지만 검사는 이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검사의 중립적인 사건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검사 제척 사유로 ▲검사가 피해자인 경우 ▲검사가 피의자 또는 피해자의 친족이거나 친족관계가 있었던 경우 ▲검사가 피의자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거나 후견감독인인 경우 ▲검사가 사건에 관하여 증인·감정인·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된 경우 ▲검사가 사건에 관하여 피의자의 대리인·변호인·보조인으로 된 경우 총 다섯 가지를 들었다.
아울러 피의자가 검사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로는 ▲검사가 앞서 다섯 가지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 ▲검사가 불공평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는 경우를 언급했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을 때 한해 검사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임중호 수석 전문위원은 이듬해 4월 검토 보고서에서 “현행법은 수사과정에 대해 제척·기피·회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형사절차상 공정성 확보는 재판과정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다만 임 전문위원은 “검사가 불공평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가 기피신청을 할 수 있게 하면 제도 악용으로 수사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할 객관적 사정이 있거나 검사 공정성에 이의가 제기되면 ‘검찰청법’에 규정된 상급자의 지휘·감독, 검사직무 이전 명령 등으로 시정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개정안의 취지에는 다소 공감하지만 다른 법령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이들 검토 보고서에서 언급됐는데, 각각 ‘필요성이 있다’와 ‘바람직하다’로 취지가 평가됐던 안 의원과 이 의원의 개정안은 결국 국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과거 ‘필요하다’와 ‘바람직하다’였다면…김남국 법안에는 ‘긍정적이다’ 언급한 검토 보고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의원의 발의 법안 통과 가능성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 2020년 9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장호 수석 전문위원은 “형사절차상 공정성 확보는 재판과정에서만이 아닌 수사과정에서도 필요하다”며 “검사가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관청’ 지위를 부여하는 등 법관에 준하는 판단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점 등을 볼 때, 개정안 취지는 긍정적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필요성이 있다’와 ‘바람직하다’로 평가됐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긍정적’이라는 말로 미뤄 개정안의 취지를 높게 본 것으로 해석됐다.
계속해서 박 전문위원은 “특히 어떤 사건과 관계있는 검사를 직무집행에서 배제토록 하는 제척·기피·회피제도는 객관 의무를 구체화한 것이고 이를 실효성 있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토 보고서는 개정안이 검사의 객관적 직무수행 효과 달성 수단이 될 것으로 보면서 “오스트리아는 검찰에 객관 의무가 부여됨에 따라 판사, 배심원 등에 대한 제척 및 기피규정 외에 검찰 및 사법경찰에 대해서도 수사절차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절 차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오스트리아냐, 오스트레일리아냐’는 생각지 못한 논쟁이 촉발된 대목이다.
법무부는 김 의원의 오스트리아에서 ‘검사 기피 신청’이 허용된다는 취지 발언에 지난 9일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공지에서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나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판사에 대한 기피 제도만 인정하고 있으며 검사 기피 신청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검사에 대한 제척을 허용하나 기피 신청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검사 윤리강령에 따라 검사에 대한 회피를 인정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강령 제9조는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과 민법 제777조에 따른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되었을 때 그 사건을 회피한다’고 규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