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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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민들은 고금리에 질식하는데 퇴직금 잔치하는 은행

지난해 말과 올 연초 KB국민·신한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2200여명이 한 사람당 최소 6억∼7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퇴직자에게 1인당 3억4000만∼4억40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월평균 임금의 최대 36개월치 외에 학자금, 건강검진 비용 지원 등을 퇴직 조건으로 내걸었다.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연봉 9700만∼1억2000만원, 평균 근속연수 16년에 법정퇴직금까지 더하면 서민들은 만져볼 수 없는 1인당 6억∼7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희망퇴직이 직원들에게 목돈을 챙겨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이자놀이로 수익을 내고도 고객들의 부담을 줄이는 부분에는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4대 시중은행은 고금리에 힘입어 달성한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300%에 이르는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퇴직금 잔치도 모자라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는 행태를 보면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은행들이 얼마나 손쉽게 장사를 했는지는 수치상으로 명확히 드러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3조원으로 전년보다 20% 늘어났다. 금리 상승기를 틈 타 대출금리는 빠르게, 예금금리는 더디게 올려 예대마진을 키운 결과다. 반면 비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35.4% 줄었다. 비이자수익은 펀드, 신탁, 방카쉬랑스, 파생상품 등 판매를 통한 수수료 이익과 주식·채권·부동산 등을 통한 투자수익이다. 그동안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결국 자본조달 부담이 작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돈놀이에 의존했다는 걸 자인한 꼴이다.

그런 은행들이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고통은 나 몰라라하고 돈잔치를 벌이는 건 볼썽사납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의 영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민경제를 위한 은행의 공익적 역할을 되돌아보고, 기술혁신과 선진경영으로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 편하게 번 돈이라고 마음대로 사유화해선 곤란하다. ‘그들만의 잔치’를 그만두고 서민대출 이자 경감 등 이익의 사회 환원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