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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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후원금 횡령’ 유죄 받은 윤미향, 의원 자격 없다

윤미향 의원이 지난 10일 서부지법에서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엊그제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20년 9월 검찰 기소 이후 2년5개월 만에 유죄를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8개 혐의 중 7개는 무죄로 봤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법인과 개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1억35만원 가운데 1700만원을 횡령한 사실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지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윤 의원은 국내 위안부 인권 운동을 주도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갈빗집에 가고, 개인 소득세를 내기도 했다. 딸 용돈으로 써 빈축을 샀다. 그런데도 법원은 후원금 중 1700만원만 유죄로 인정하고 가벼운 벌금형 선고에 그쳤다. 사기업에서도 이 정도 횡령이면 가볍지 않은 벌을 받을 텐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횡령한 만큼 공적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물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재판부는 치매 증세를 가진 길원옥 할머니로 하여금 79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치매 상태이긴 하지만 중증인지 확인이 안 돼 기부가 할머니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기부금 1억7000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것도 무죄로 봤다. 법리를 너무 소극적으로 적용한 것 아닌가. 윤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30여년간 활동한 점을 참작했더라도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그제 페이스북에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윤 의원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저조차 의심해 미안하다”라는 위로의 글을 올렸다. 자신의 처지에 빗대 검찰 수사를 비판한 것이겠지만 적절치 않다. 검찰은 부실 수사라는 1차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명확한 증거를 앞세운 보강 수사를 통해 항소심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혹여 편향적인 구석이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윤 의원이 “대부분 무죄”라고 환호했지만 유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원 자격이 없다. 윤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