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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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박준용·박현성 “직업이 ‘파이터’라 행복해요”

지난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2개 매치업 가운데 6경기에 한국인 파이터가 참전했다. 김지연(33) 상대 만디 뷤이 건강이상으로 취소된 경기를 제외한 5경기에서 국내 파이터는 3승1무1패를 기록했다.

박준용과 박현성(오른쪽)이 14일 열린 UFC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필재 기자

이 가운데 2승은 박준용(32·미들급 -83.6㎏)과 박현성(28·플라이급 -56.7㎏)이 각각 1라운드와 3라운드에 거둔 서브미션 승리였다. 박준용은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게 됐고, 박현성은 UFC와 정식 계약을 맺고 옥타곤에 서게 됐다.

 

14일 열린 두 선수 간담회에서 박준용과 박현성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준용과 박현성은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용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 벌어먹는 것이 행복하다”고, 박현성은 “파이터가 직업이고 이 일로 돈을 버는 게 정말 좋다”며 웃었다.

 

3연승 두 차례를 거두며 UFC 통산 6승2패를 기록하게 된 박준용은 지난 데니스 툴룰린(34·러시아)과 경기에 대해 “사실 1라운드에 끝낼 생각은 없었다”며 “상대 주짓수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서 생각대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준용은 경기 중 그라운드 톱 포지션에서 툴룰린을 끌고 옥타곤 중앙으로 옮기면서 별명인 ‘거북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박준용은 “상대가 발이 케이지 쪽에 있어서 차고 포지션을 역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머리 쪽을 케이지 쪽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UFC 연승행진을 달리는 박준용은 미들급 랭킹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박준용은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에게 랭커와 경기를 해 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랭킹 15위 대런 틸(31·영국)과 대전 이야기가 있다고는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행복해지려면 이겨야 하고 혹시 지더라도 패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며 “졌을 땐 동기부여가 되지만 사실 이겼을 때 심적인 여유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등 더 배우는 게 많다”고 돌아봤다. 아쉽게 패배한 팀 동료 정다운(30·라이트헤비급 -93.0㎏)에 대해서는 “(정)다운이가 그때 경기를 100번도 더 돌려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13일부터 다시 털고 일어나 훈련하기 시작했다”며 “사실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였는데 상대가 전략을 잘 짜서 나왔던 것 같다”고 응원했다. 

박준용이 14일 열린 UFC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필재 기자

격투기를 사랑하는 박준용이지만 평소엔 취미로 축구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축구를 꽤 잘하는 것 같았고, 축구를 진심으로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박준용은 “일주일에 3~4번 축구를 한다”며 “별명이 호나우두”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승리했을 때 축구팀 동료들에게 순댓국집에서 60만원어치 저녁을 샀다”면서 “이번엔 얼마나 먹었는지, 아니 어떻게 150만원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지인들과 어울려 축구를 자주 즐기다 보면 부상의 위험은 없을까. 박준용은 “90㎏이상 나가는 제가 아니라 부딪힌 선수 출신 형들이 다친다”며 “부상 위험이 있는 중요한 경기는 사실 나서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인터뷰를 마친 박준용은 떠나고 이어 박현성이 자리에 앉았다. 

 

박현성은 자신을 “운동신경이라곤 1도 없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취미로 무에타이를 했지만 승률이 20%밖에 안됐다”며 “일본 입식 대회에 나가서도 정말 말 그대로 폭행당하고 와서 안와골절에 피까지 토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맞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자신을 보고 맷집은 좀 괜찮은 편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면서도 “운동신경이 없는 대신 깊이 있게 운동을 했고, 좋은 펀치를 날리기 위해 수 천번 수 만번 테스트하다가 깨닫는 순간이 오면 성장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박현성은 결국 국내 파이터 최초로 UFC 플라이급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박현성은 “UFC와 5경기 계약을 맺었지만 (연패는 곧 퇴출인 점에 비춰) 2경기만 뛰기로 했다는 생각으로 옥타곤에 설 예정”이라며 “국내 플라이급 강자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UFC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현성이 14일 열린 UFC 기자간담회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정필재 기자

해외 경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박현성에게 박현성은 가장 고생스러웠던 일은 ‘시차 적응’이었다. 박현성은 “시차 적응하는 법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소개된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봤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틀 동안 모두 6시간밖에 못 자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박)준용이 형에게 시차 적응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깜깜해졌을 때 자고, 환할 때 일어나면 된다’고 답해줬다”며 웃었다.

 

종합격투기 전적 8승 무패인 박현성은 UFC 첫 경기에 대해 큰 부담도, 꼭 싸워보고 싶은 상대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현성은 “무에타이 경기에서 너무 많이 져 봤고, 무패도 언젠간 깨지게 돼 있다”며 “다치지 않고 다가올 한경기 한경기 이기는 것만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더 높은 위치에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