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 살해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주범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6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박모(55)씨와 공범 김모(50)씨, 김씨 아내 이모(45)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박씨는 채무 관계로 얽혀 있던 도내 한 유명 음식점 대표 50대 여성 A씨 살인을 김씨 부부에게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3시 2분에서 10분 사이 제주시 오라동 피해자 주거지에 몰래 들어가 숨어있다가 귀가한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하고 고가의 가방과 현금 등 1800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범행 과정에서 김씨 아내 이씨는 차량으로 피해자를 미행하며 위치 정보 등을 남편에게 전달했으며 범행 뒤 차량으로 함께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판에서 주범 박씨 측은 피해자 살인을 교사하거나 강도살인을 공모한 바가 없다며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김씨 부부 측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강도살인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살인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공판은 오는 4월 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사업 과정에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던 A씨에게 자신의 토지와 피해자 건물 등을 묶어 공동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돈을 빌려 사업자금에 보태며 환심을 샀다.
하지만 빚이 늘자 결국 피해자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고 3억원 가량의 채무를 지며 사이가 나빠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문중 의사를 묻지 않은 채 2021년 자신이 갖고 있던 인감증명서와 위조 회의록 등을 행사해 문중 소유 부산 기장군 소유 토지 2필지를 피해자에게 넘기고 받은 5억4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문중 측은 이듬해인 2022년 7월 박씨와 A씨를 고소했고, 이 과정에서 박씨는 피해자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검찰은 피해자와 사이가 틀어진 박씨가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과 피해자 소유의 유명 음식점 경영권을 가로채겠다는 욕심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와 김씨 부부는 지난해 6월 알게 된 사이로, 박씨는 골드카드 등을 과시하며 상당한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해 김씨 부부의 환심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유명 음식점 최대 주주는 본인이라며 김씨 부부를 속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고의 교통사고 등 총 7차례의 시도 끝에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박씨는 김씨 부부가 범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더 많은 금전적 대가를 제시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김씨 부부는 범행 대가로 빚 2억3000만원을 갚아주고 피해자 소유의 식당 지점 한 곳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부부는 범행 전에 3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주와 경남을 오갔던 김씨 부부는 배편을 예약할 당시 이씨는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했지만, 김씨의 경우 다른 사람 신분증을 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