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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 수송 적자 해결 물꼬 트나…‘국가가 보전해야’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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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 제도’ 도입
약 40년 만에 사실상 처음 16일 ‘해결책 토론회’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임수송 이슈와 연관된 서울 지하철의 경영 적자 누적 문제를 해결할 물꼬가 이제야 다소 트인 것일까.

 

서울 지하철 개통 후 사실상 처음 이뤄진 공개 토론 자리에서 누구 하나에 책임을 돌리지 않고 정부의 적극적인 보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조금은 형성됐다.

 

특히 지하철 적자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노인 무임수송’을 골자로 다룬 토론회에서는 만 65세 이상 노인이나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 어디 하나를 겨냥한 맹목적인 비난이 쏟아지지도 않았다.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후 보편적 복지로 여겨져 온 ‘노인 무임수송 제도’는 그동안 지하철 운영 적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연관돼 개편 대상으로 지목되어 왔었다.

 

노인복지법과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따라 무임 철도 서비스 요구 주체인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가 모인 점은 일단은 큰 수확이다.

 

특히 무임수송 제도 도입 약 40년 만이자 내년이면 50주년이 되는 서울 지하철 개통 기념을 앞두고 사실상 처음 이뤄진 토론회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 비춰 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호일 대한노인회중앙회장(앞줄 왼쪽부터)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주최로 열린 ‘초고령화시대 대비, 지하철 무임수송제도 운용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 토론회에서 “국민 모두가 노인회 정회원이거나 준회원”이라며 “노인 문제가 잘 되어 있다는 건 내가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의 복지시스템이 잘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공공서비스 제공 의무(PSO)를 끌어와 “도시철도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노인이 지하철 무임승차로 외출을 하다보면 많이 걸을 수 있고 이는 의료비 절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통계를 보면 의료비 절감액이 3000억원이 넘는다 하니 국가가 부담할 의료비 지출액을 (노인에게) 도움을 주는 지하철에 연간 지원하는 게 타당하다”고 길을 제시했다.

 

노인복지법 제26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65세 이상에게는 이용요금을 할인하도록 권유할 수 있다’며 ‘노인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주는 자에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도 ‘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해당 철도서비스를 직접 요구한 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법은 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철도운영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거나 국가정책 또는 공공목적을 위하여 철도운임·요금을 감면할 경우 그 감면액’ 등을 말하고 있다.

 

공감대는 김 회장에 이어 여러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서면서 조금씩 형성됐다.

 

발제자로 나선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어르신 무임수송은 국가의 사무”라며 “노인복지법에도 명시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입장을 밝히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기획재정부는 ‘지방 사무니까 국비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놓았다”며 “무임수송이 40년간 지속된 건 그만큼 사회적 효과가 있다는 거고, 기재부도 국가의 책임이니 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200원만 올릴 수 있다’던 말에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하철은 지자체 사무이니 그로 인한 적자도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던 기재부 입장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 ITS학회 회장인 남두희 한성대 교수는 “공공서비스 의무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하면 그 반대급부를 주도록 하는 것이 개념”이라고 운을 뗐다. 남 교수는 “1984년에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승차를 하도록 하자고만 했지 거기에서 발생하는 부분은 논의한 적이 없어서 지금 이런 위기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정리했다.

 

지난 2021년 9월3일 당시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지하철 재정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 무임수송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그다지 고운 시선을 받은 게 아니어서인지 토론자인 나윤범 서울교통공사 기획조정실 실장의 목소리는 다소 가라앉은 듯했다.

 

나 실장은 일부에서 나온 ‘지하철 노조가 노인 무임승차를 반대한다’는 비판에 “전혀 그런 것을 주장한 바 없다”며 “무임수송은 보편적 교통 복지이고 국가의 사무니까 정부에서 보조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차 인원 증가는 전동차 투입이나 시설 유지 보수 등 혼잡 관련 비용을 증가 시킨다”며, “청소년도 무임수송이 필요할 텐데 운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의 무임수송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서울교통공사를 겨냥하던 ‘방만 운영’ 지적 등에는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고, 운영자금이 부족해 직원들 임금도 동결했다”며 “수송 수입에만 더 이상 의존할 수 없어서 생활물류센터 운영 등 뭐든지 공사는 다 뛰어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처럼 사측의 어려움 등을 언급하면서도 나 실장은 “노인 무임승차를 절대 반대하지 않고, 그 손실 보전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무임 손실 보전과 함께 자구노력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적자 보전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이른바 ‘러시아워’로 불리는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무임으로 이용하는 노인에게 일부 요금을 물리는 방안도 잠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