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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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경찰관 10명 중 3명 ‘음주운전’

5년간 총 1141건 재판 넘겨져
교통법규 위반·사고도 177건
#. 경기 광주경찰서 소속 A경위는 지난해 12월23일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로 운전한 A경위는 시민 B씨가 몰던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를 낼 뻔한 뒤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자신의 음주를 의심하자 A경위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이에 B씨가 차량을 뒤쫓으며 경찰에 신고했고, 막다른 길에 몰린 A경위는 덜미를 잡혔다.

 

검찰 수사를 받다 재판에 넘겨진 경찰 10명 중 3명가량이 A경위와 같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국회 부의장)이 경찰청에서 받은 ‘경찰공무원 기소 이상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현직 경찰이 검찰 수사를 거쳐 기소된 경우는 총 1141건이었다.

 

기소 사유는 음주운전(도로교통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 302건(26.4%)으로 가장 많았다. 음주운전 방조 1건, 음주측정 거부 5건까지 포함하면 음주와 관련한 기소 건수는 총 308건(27.0%)이었다. 중앙선 침범과 과속을 포함한 교통법규 위반·교통사고가 177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 비위와 관련해서는 강제추행이 44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직자 부패 비위에 해당하는 금품수수(청탁금지법 위반 등)는 51건, 뇌물수수는 8건이었다. 강력범죄는 상해 29건, 폭행 28건, 독직폭행 8건, 특수폭행 6건 순으로 많았다. 살인과 살인미수도 1건씩 있었다. 이 밖에 공무상비밀누설 34건, 사기 27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20건이었다. 전체 기소 건수 가운데 범죄사실이 경미해 약식기소된 경우는 62.5%인 714건이었다.

 

경찰공무원은 기소가 되면 징계위원회에 넘겨져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지난 5년간 기소된 이들에 대한 징계 건수는 1078건이었다. 나머지 63건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징계 수위는 정직이 283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문경고가 252건으로 뒤를 이었다. 최고 수위의 징계에 해당하는 파면은 70건, 해임은 114건, 강등은 85건이었다. 파면·해임·강등·정직을 모두 포함한 중징계는 552건이었다. 파면을 받은 경찰 37%(26건)는 금품 혹은 대가성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했다.

 

정 의원은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주체인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기소되는 건이 가장 많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전 정부에서부터 노정돼 온 일선 경찰들의 근무 기강 해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