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마주한 ‘데스 매치’에서 IBK기업은행이 웃었다.
IBK기업은행은 16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리베로 신연경을 중심으로 한 상대 공격을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수비와 표승주의 ‘해결사’ 본능을 앞세워 3-1(25-20 14-25 25-19 25-14) 승리를 거뒀다.
지난 11일 흥국생명전 3-1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승점 3을 쌓으며 승점 37(12승17 패)로 5위 GS칼텍스(승점 39, 13승16패)와의 격차를 줄이며 실낱같은 봄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3위 도로공사가 승점 47(16승12패)로 승점 10을 앞서 있어 IBK기업은행으로선 갈 길이 멀지만, 순위싸움 경쟁자인 GS칼텍스를 꺾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값졌다.
반면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을 추가했다면 KGC인삼공사(승점 41, 13승15패)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GS칼텍스는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봄 배구를 향한 여정에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 팀은 올 시즌 네 번 만나 2승2패로 호각을 이뤘다. 다만 최근 맞대결인 지난달 13일 4라운드 경기에서는 GS칼텍스가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경기 전 만난 IBK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은 “지난번 완패는 리베로 신연경 없이 치른 경기라 수비 쪽에서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오늘은 (신)연경이가 뛸 수 있는 상황이라 지난번과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신연경이 가세한 IBK기업은행의 조직력은 없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GS칼텍스가 자랑하는 모마-강소휘 쌍포의 날카로운 공격을 끈질긴 수비로 걷어올렸다. 신연경은 이날 리시브 18개를 받아 10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전달했고, 디그도 26개 중에 24개를 받아올렸다. 디그 성공률이 무려 92.3%에 달했다.
해결사 역할은 올 시즌 무릎이 좋지않아 경기력이 둘쑥날쑥한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 대신 토종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맡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표승주는 28경기에 모두 출장해 386점을 올리며 전체 8위, 국내 선수 3위에 올라있었다. 여기에 수비((리시브 정확 - 리시브 실패) + 디그 성공 ] / 세트수)에서도 세트 당 6.718개로 6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공수를 겸비한 아웃사이드 히터로 맹활약 중이었다.
이날 표승주는 무려 공격성공률 66.67%로 17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공격 점유율은 대각에서 뛴 산타나가 46.4%로 표승주(17.4%)에 비해 약 세배 가까이 높았지만, 산타나의 공격 성공률은 37.50%로 떨어졌다. 그 결과 득점 자체는 산타나가 25점으로 표승주보다 높았지만, 이는 공격을 많이 시도했기에 나온 결과였다. 두 선수 모두 후위공격 옵션이 없음을 감안하면 표승주가 전위에 올라왔을 때 IBK기업은행의 공격이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경기 뒤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다녀서 이길 수 있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부상자도 많고 힘든 시기다. 남은 경기들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IBK기업은행은 후위공격 득점이 0이었다. 시도도 육서영이 기록한 단 2개에 불과했다. 19년이 넘는 V-리그 역사에서 후위공격 득점 없이 승리한 경기는 58차례였다. 이는 세터 입장에서 공격을 풀어나가기 굉장히 힘든 구조다. 명세터 출신인 김 감독에게 묻자 “세터가 전위일 때 공격수가 둘밖에 없는 상황이라 힘든 상황이긴 하다. 아포짓 자리에도 리시브가 가능한 선수를 넣어서 전위 공격수는 리시브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 등을 연습해서 공격력 공백을 막을 생각이다. (김)주향이나 (육)서영이도 리시브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로테이션들을 강구해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