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7일 “안철수 후보가 패색이 짙어지자 민주당식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우리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 후보가 전날 자신에게 ‘울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과 색깔론에 더해 주자 간 검증 대결까지 본격화하면서 한층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공군호텔에서 열린 직능경제인단체 총연합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의혹 제기는) 민주당 출신다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즉각 중단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한다면 어떻게 할지 숙고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 후보 캠프는 이날 “안 후보의 당내 경선에 대한 교란 행위와 김 후보에 대한 음해, 날조, 인신 모독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엄중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김 후보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은 울산 KTX역 연결도로 노선이 김 후보의 소유지 위를 지나도록 석연치 않게 변경됐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21년 민주당(당시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도로 건설 시 김 후보가 1800배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5일 TV 토론회에서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이 의혹을 꺼내 들면서 전당대회 이슈로 부상했다. 황 후보는 당시 김 후보에게 “KTX 울산 역세권 연결 관련 의혹 반드시 해명하라”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뒤이어 전날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는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선거전의 중심 이슈가 됐다. 안 후보는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라며 “만약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 측은 “현재(21년 기준) 동 임야의 개별공시지가는 1120~2050원”이라며 “객관적 근거자료 없이 해당 임야가 평당 약 183만원으로 추정된다며 ‘1800배’, ‘640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이날도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우리가 부동산 의혹에 휩싸인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절대로 이기기 힘들다”며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없던 것처럼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이종철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김 후보는 문재인정부 (당시) 39번의 영장 청구가 있었다는데, 그것이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해주기를 바란다”며 “그 영장 청구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 의혹이 해소된 것이라면 그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기 바란다”고 몰아붙였다.
김 후보 캠프가 당 선관위 차원의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선 “스스로 해명을 할 수 없어 공정한 선거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선관위마저 후보의 방탄용으로 이용하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천하람 당대표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권력을 이용한 투기라고 보기에는 시기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재작년에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관련해서 권익위에서 전수조사했을 때도 이 문제를 상대 당에서 제기해서 저도 나름 살펴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사실 토지의 구매 시기인 1998년은 김 후보의 정계 입문 시기인 2004년(17대 국회의원 당선)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치나 행정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구매했다고 보기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또한 KTX울산역의 개설은 2010년에 이루어지고 정치권에서의 공론화 또한 김 후보가 땅을 구매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인 2003년경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면서 매번 정치적 행보를 할 때마다 주가관리 하러 나왔다는 지적을 받는 안 후보의 억울함 정도가 김 후보의 억울함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