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겨우 적응했는데 어린이집이 폐원한다네요. 너무 속상합니다.”
얼마 전 경기 지역의 한 ‘맘카페(육아 커뮤니티)’에 한 어머니의 하소연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3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 소개한 A씨는 “복직하느라 아이가 몇 달간 힘들게 어린이집에 적응했고, 잘 다닌 지 두 달쯤 됐는데 어린이집이 원아 모집을 못 해 3월부터 문을 닫는다”며 “아이와 또 적응 과정을 거칠 생각을 하니 막막해서 눈물만 난다”고 썼다. A씨의 글에는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이 폐원했다”, “지금 어린이집도 폐원할까 걱정”이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몇 년 전 첫째를 보낼 땐 자리가 없어 대기했는데 둘째가 다니던 곳은 작년에 폐원했다. 출산율 감소가 느껴진다”는 글도 있었다.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만 2세 이하 영아가 주로 가는 가정 어린이집은 4년 사이 3곳 중 1곳이 사라지는 등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어린이집 수는 3만923개로, 2018년(3만9171개)보다 21.1%(8248개) 줄었다. 4년간 어린이집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되는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이 기간 1만8651개에서 1만2109개로 35.1%나 급감했다. 주로 만 0∼1세가 많이 이용하는 특성상 저출생 여파가 좀 더 빨리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사립유치원 수도 18.4% 줄었다.
줄폐원은 예고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35만7771명이었던 출생아는 2021년 26만562명으로 27.2% 줄었다. 어린이집 감소 비율과 비슷한 규모다. 출생아가 매년 줄고 있어 앞으로 어린이집·유치원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 4년간 서울에서 190개의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는 등 서울, 수도권에서도 폐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서울 사립유치원이 지난해 495개에서 2028년 201곳으로 60%가량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피해는 고스란히 영유아 가정에 돌아간다. 특히 가정어린이집 등 사립기관은 국공립기관보다 운영난이 심각한 만큼,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B씨는 “작년에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는데 가까운 곳은 이미 인원이 차 새 기관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맞벌이가정에 어린이집은 필수시설인데 정부가 공급 문제에 좀 더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급 불균형도 문제다. 한쪽에선 문을 닫는 기관이 있지만, 또 다른 쪽에선 여전히 오랜 시간 대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어린이집·유치원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통해 공급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복지부와 교육부는 한 지역에서도 어린이집·유치원 배치 계획을 따로 수립해 수요 예측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관리체계가 통합되면 수요 파악·관리가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보통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관리체계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 교사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 어린이집에 유보통합은 생존의 문제”라며 “지금처럼 민간에만 맡기면 아이 맡길 곳 찾기가 어려워지고, 아이를 더 안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