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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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크라전 1년… 中, 러 무기 지원 시 신냉전만 고착화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오는 24일로 1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 군사·안보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침체 국면에서 막 벗어나려던 글로벌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파를 안겼다. 평화를 앞세운 협상론은 힘을 얻지 못했고, 신냉전으로 블록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끝내 미국을 위시한 자유 진영과 러시아 편에 선 독재국가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5억달러(약 6500억원) 상당의 무기 지원을 추가로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서방 등 동맹과 파트너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그냥 보고만 있을 러시아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1일 모스크바 의회에서 2년 만에 국정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냥 끝내지 않겠다며 강한 결전 의지를 과시했다. 이어 22일에는 20여만명이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지 집회에 참석해 비슷한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개전 이후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국민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황과 역사를 노골적으로 왜곡해왔다. 전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국론이 분열되자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거짓말과 선동으로 진실을 가리고 국민을 속이며 전쟁을 이어갈 텐가.

국제사회 제재와 무기 부족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는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푸틴과 시진핑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신냉전은 더욱 고착화할 게 뻔하다. “중국이 실용적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 지원에 앞장선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고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러시아는 역사 앞에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서둘러 복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