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평범한 한 빌라. 지난달 10일 담배 밀수범 A(63)씨를 체포하기 위해 이곳에 들이닥친 검찰은 뜻밖의 성과를 올렸다. A씨 내연녀가 거주하고 있는 이 빌라 안방에서 무려 필로폰 50㎏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16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로는 약 1650억원에 달한다. 국내 필로폰 밀수 적발 사례 중 세 번째 규모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A씨 등 3명은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출항한 선박 화물에 필로폰을 숨겨 부산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쓰레기통을 수입하는 법인 업체를 설립한 뒤, 화물 자체가 아닌 화물 운반대 홈에 필로폰을 은닉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관의 검사를 피했다. 검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부산항에서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역추적해 A씨의 공범 2명을 검거했다. 경북과 부천 지역에서 각각 1명씩 검거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전국을 아우르는 광역수사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처럼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제동을 걸고 전국적 단위의 수사를 위한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21일 출범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유관 기관과 적극 협업해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검찰 69명, 관세청 6명, 식약처 3명, 서울·인천·부산·광주시 각 1명씩 4명, KISA 2명 등 총 4개 팀 84명 규모로 구성된다. 팀별로 서울중앙지검(25명), 인천지검(24명), 부산지검(20명), 광주지검(15명)에 본부가 설치된다. 팀장은 각 검찰청 마약수사전담부 부장검사가 맡는다.
이들 수사팀은 대규모 마약 밀수출·수입과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다크웹 등을 통한 인터넷 마약 유통을 집중적으로 합동 수사할 방침이다. 지역 세관은 국제 마약 밀수 분야, 식약처와 지자체 측은 의료용 마약 유통 분야, KISA는 인터넷 마약 유통 분야를 각각 담당하게 된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직전 해에 비해 13.9% 급증했다. 전년 대비 마약공급사범은 4890명으로 20.9%, 특히 밀수사범은 1392명으로 무려 72.5% 늘어나는 등 단순 투약 사범보다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젊은 층에서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점이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2.4배 증가했다. 30대 이하로 범위를 늘릴 경우 전체 마약사범의 59.7%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범죄 근절은 국가의 책무’라는 공통된 목적에 따라, 공급망에 대한 철저한 수사뿐 아니라 중독자에 대한 치료·재활에도 힘쓰겠다”며 “한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