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겁니다.”(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오전 11시쯤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가결을 위해 거수 표결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을 퇴장했다. 전 위원장은 아랑곳 않고 표결을 진행했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찬성 9명·반대 0명으로 사실상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됐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 교섭권 보장과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가압류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환노위 전체회의를 시작하면서부터 노란봉투법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포문을 연 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밝힌 데 대해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내비친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도 “이 장관이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왜곡하고 의원을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김영진 의원도 “(노란봉투법은) 공청회 1회, 법안소위 4회에 수차례 개별 의원 토론회를 통해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 논의된 것인데, (이 장관이) ‘파업만능주의’라고 기자회견을 해버리면 환노위 논의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그간 논의가 노동권 보장에만 치우쳐 있고 사용자 측 재산권 보호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채 진행됐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공청회만 해도 (노란봉투법에) 문제점이 많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 합의를 도출할 만한 지점에 다다르지 못했다”며 “노동권 보장 취지를 알겠는데, 사용자 측 재산권 보호 문제는 충분히 토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균형적으로 재산권과 노동권을 잘 보장해줘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막무가내로 통과시키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항의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직전에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 절차에 대해 “국회법상 문제가 있었다. 날치기 통과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건조정위 가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비공개 방침에 반발해 퇴장했다. 당시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그간 소위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관례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법 개정이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임이자 의원은 “현재 법만으로도 노동 3권 다 보장된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 들어와서 투자하겠나. 외국자본이 안 들어오고 국내자본이 나가면 민노총·한노총이 아니라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1000만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체회의 산회 이후 낸 성명에서도 “(노란봉투법은)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고 불법을 합법파업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원칙을 훼손해 가해자 불법을 오히려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런 의견에 대해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윤건영 의원은 “노동자 한 사람에게 (기업이) 수백억원의 손배소를 하는 게 사리에 맞는가가 이 법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파업 투쟁을 보고 난 뒤 (하청노동자에게도) 교섭할 권리,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깨달음에서 이 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환노위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될 경우 본회의 직회부 수순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표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법사위가 또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조속한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