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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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경선 후반전 시작… ‘진흙탕 싸움’ 전반전 주요 장면은 [뉴스+]

네거티브 얼룩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후유증 우려
TV토론서 안·천·황 ‘김기현 울산 투기 의혹’ 집중 공격
친윤계, ‘당정일체론’ 띄우고 ‘대통령 명예대표론’ 제안
“尹에 칼 겨눌 사람”…‘탄핵 공방’에 ‘박근혜 탄핵’ 소환
김, “朴 탄핵 당연” 발언…안, 국민의당 탄핵 추진 동참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대표 후보는 20일 TV 토론회를 끝으로 경선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 레이스 준비에 나섰다. 전반전 내내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한 이들은 후반전에도 ‘진흙탕 싸움’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당 선관위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는 ‘옐로카드’를 꺼내든 후에 치러진 전날 TV토론에서도 “정치생명 걸라” “후보 사퇴하라” 등 공방전은 계속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후보. 뉴시스

이들은 모두 앞다퉈 자신이 내년 총선 승리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책·비전 경쟁은 사라지고 비방전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전대 후유증과 총선 전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반전 당대표 후보 4명의 남은 주요 일정은 3차례 지역별 합동연설회(23일 강원, 28일 대구·경북, 3월2일 서울·인천·경기)와 2차례 TV 토론회(22일, 3월3일)이다.

 

후반 레이스에 앞서 전반전 공방 주요 장면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유력주자인 김 후보 ‘울산 KTX 투기 의혹’을 두고 나머지 3명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모습. 이어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외치며 띄운 ‘당정일체론’ 논란. 마지막 장면은 김 후보가 ‘대선 후보’ 안 후보를 겨냥해 등장한 ‘탄핵 공방’이다.

 

◆유력후보 김기현 향한 의혹 제기 

 

20일 2차 TV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나머지 3명의 후보가 집중적으로 공격한 구간이다. 김 후보는 재차 ‘가짜뉴스’라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처음 의혹을 제기한 황 후보 역시 “직접 가봤다”며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규정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첫 주도권 토론에서 질의를 시작한 천 후보는 김 후보에게 ‘울산의 이재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지금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서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다”면서 “심지어 김 후보를 두고 ‘울산의 이재명’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토론회 때 95% 정도 할인해서 매각할 의향도 있다고 밝히셨는데 정확하게 얼마에서 95%를 할인해 주시겠다는 건가. 후보가 원하는 매도 호가가 얼마인지를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할 수 있나”라고 몰아세웠다. 천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땅을 천하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팀에서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어 95% 할인된 가격에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김 후보는 “지난번에 1800배가 올랐다고 터무니없는, 그야말로 날조된 주장을 해서 ‘1800배 올랐다고 하면 95% 할인해 드릴 테니 가져가라’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1800배가 올랐으면 계산해서 95% 할인해 드릴 테니까 천 후보가 가져가면 제가 바로 드릴 수 있다”고 받아쳤다.

 

아울러 지난 15일 첫 번째 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황교안 후보도 “임야 투기 의혹에 대해서 여러 차례 해명했는데 만약 그 해명한 것에 거짓이 있으면 후보 사퇴를 약속하겠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김 후보가 용기 있게 후보 사퇴하기 바란다”고 말하며 김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펼쳤다. 이에 김 후보는 “말씀하신 것처럼 불법이 개입됐다든지 했다면 제가 정치생명을 걸 테니까 대신 황 후보도 그것이 가짜뉴스인 것이 확인되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하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황 후보는 “직접 가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로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맹지였던 김 후보의 땅이 KTX역 앞 대로변에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도 3만5000평이다. 그래서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가 “만약 제가 도로 선정이나 이런 데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판정되면 사퇴하겠냐”고 묻자, 황 후보는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당정분리 상식 뒤집는 ‘당정일체론’ 등장

 

민주화 이후 정당과 행정부를 구분하는 ‘당정분리’라는 상식도 여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뒤집는 모습이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연일 ‘당정일체론’을 띄우더니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 당대표’로 추대한다는 말까지 나와 논란이 됐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윤 대통령 명예 대표론’에 대해 “가능한 이야기”라며 “집권 여당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집권당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당정일체론은 전대 과정에 윤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비판을 비호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윤심 후보인 김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안 후보에 밀리던 이달 초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등을 구실로 한 ‘대통령실 경고’가 나왔고, 이에 비윤계는 “대통령 당무 개입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당의 중요한 1호 당원”이라며 “당에 대한 권한 행사는 당무개입이 아니다”라는 반박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경고장을 받아든 안 후보는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당정분리를 재차 주장했다. 또다른 당권주자인 천 후보 역시 “명예 당 대표 이런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입법부는 행정부와 협력하는 것도 있지만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있다.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거냐”고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도 페이스북에 “‘당정일체’를 외치는 분들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을 바라는 것 아닌가”라며 “권력에 아첨하고자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마저 팔아먹는군요”라고 비난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을 차단하는 동시에 총선 승리를 목표로 책임 정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당정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당정 협의를 대폭 활성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등장한 ‘탄핵 공방’

 

당정 분리를 주장하는 안 후보를 향해 김 후보는 ‘당정 불화’를 언급하며 느닷없이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선 주자였던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을 견제하고 나설 것이라는 김 후보 주장으로 시작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대선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음날 안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철수가 그렇게 두려우냐.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어떤 정신상태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날 오후 SNS 글을 통해 “안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과 결이 같은 주장을 펴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며 “지금은 정권 초기여서 대통령 눈치를 볼 수 있겠지만 대표가 되고 나면 이 장관 탄핵처럼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재차 주장했다. 안 후보 측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전당대회 자체를 뒤흔드는 망언”이라며 “당원과 국민을 협박하는 쌍끌이 협박 정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뉴스1

양강주자간 탄핵 공방에 천 후보는 “대통령 탄핵, 탈당 등 결코 등장해선 안 되는 얘기가 나온다"며 "선거가 중요하고 본인 지지율이 조급해도 정치엔 금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SNS에서 김 후보를 향해 “솔직히 저는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보다 후보님께서 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 참패해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탄핵을 의결할 수 있는 200석 이상을 획득할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김 후보는 과거 울산시장을 지냈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분”이라며 “지금 와서 탄핵과 다른 후보를 엮어 당원들을 협박해 득표하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온당하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울산시장이던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탄핵 가결은 민의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후보는 과거 안 후보가 이끌던 국민의당이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동참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대선 기간이던) 2022년 2월23일 울산 중앙시장 후보 연설에서 ‘윤석열은 자격이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안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또다른 상황논리를 내세우며 윤 대통령과 반목하지 않을지 어떻게 확신하나”라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