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들불축제가 3월9일부터 12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등에서 열린다.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 주관으로 개최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을 소재로 하는 축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대면 축제로 개최한다.
30만여㎡ 새별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장관을 연출하는 제주들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2020∼2023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제주시는 이 특별한 불의 향연을 보기 위해 외국인도 많이 찾고 있어, 국내 대표 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시는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관람객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특히 콘텐츠를 강화해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축제 서막을 알리는 첫째 날 행사는 새별오름이 아닌 제주시 도심에서 시작된다. 삼성혈에서 불씨 채화제례가 열리고, 채화된 불씨는 삼성혈에서 제주시청 광장까지 퍼레이드로 봉송된다.
불씨가 시청 광장에 도착하면 들불 불씨 모심 행사, 들불 콘서트, 소원지 쓰기와 달기 등이 이어진다. 본격 행사가 시작되는 10일엔 새별오름 일대를 중심으로 체험·부대행사, 전통문화경연, 제주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공연, 제주의 풍요와 발전을 염원하는 희망기원제 등이 열린다. 전용공연장에서는 마상마예 공연이 펼쳐지고, 특설무대에서는 제주무형문화재 ‘제주농요’ 공연이 관람객을 맞는다. 축제 공식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에 이어 ‘희망콘서트’, 들불 불씨 점화와 횃불대행진, 달집태우기 행사로 분위기를 돋운다.
◆관람객 밀집 관리 기준 강화… “안전·편의 중점”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11일 국내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점화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불놓기에 앞서 제주전통문화경연(넉둥베기, 듬돌들기, 줄다리기), 들불축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제주들불축제 발전방안 포럼, 불놓기 주제공연, 횃불 대행진, 소원기원문 낭독, 화산쇼 등 풍성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 축제 마지막 날인 12일엔 묘목 나눠주기, 농수축산물 특판, 노래자랑 등이 마련된다.
이 밖에 불, 목축, 제주민속문화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한 체험 프로그램인 들불꼬치마당, 원시 불피우기, LED 쥐불놀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인 잣담(잣성) 쌓기대회, 대형 생이총 체험, 방쉬연 날리기 체험, 지게발 걷기 체험 등이 축제의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부대 및 전시 행사 등으로 축제 주제관에서는 축제홍보관, 축제역사관, 기록영상 상영관, 만화로 보는 들불을 선보인다. 재활용품 나눔장터, 지역농특산물 홍보·판매관, 쓰레기 줄이기 홍보관, 유관 기관 홍보관 등도 운영한다. 축제 먹거리 또한 향토음식점, 들불 수랏간, 푸드트럭 등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는 관람객 교통 편의를 위해 제주시 제주종합경기장과 서귀포시 제2청사 주차장을 거점 주차장으로 지정해 120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제주시는 안전한 축제 진행을 위해 언덕과 광장 등 관람객 밀집에 따른 사고 유의구간 4곳을 핵심 관리 구역으로 지정, 관리한다.
시는 통제 판단 기준이 되는 동시 수용가능 인원을 5만명으로 설정했다. 실제 사용면적이 5만㎡임을 감안하면 1㎡당 1명(2022 부산불꽃축제 1㎡당 3명)으로 밀집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해충 구제’ 제주 옛 목축문화 재현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매년 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 ‘방애’와 무사 안녕,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제주 고유의 전통 민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다. 축제는 화산섬 제주 생성의 근원인 불에서 유래한다. 화산섬 제주의 불은 한라산을 낳고 368개 오름을 길러 냈으며 탐라 천년의 역사와 제주 선인들 삶의 동력이 돼 왔다.
들불놓기는 제주 선인들이 거친 환경을 극복하며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자연과 호흡을 같이해 온 역사의 산물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로 비옥한 땅을 만들어 농사를 일구는 등 자연과 조화하는 삶을 이어왔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처음 열렸다. 당시 북제주군은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2000년 4회부터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았다. 찬란히 빛나는 샛별의 기운을 머금은 새별오름에 매해 경칩이면 탐라 개국의 성지 삼성혈에서 채화한 불씨를 가져와 들불을 놓는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온갖 궂은 액을 다 태워 없애고 한 해 무사 안녕과 소원이 하늘에 닿기를 기원한다.
제주시는 그 전통의 맥을 이어 명실공히 제주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축제로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제주들불축제에 제주다움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은 고려 최영 장군이 목호(牧胡)를 무찌른 전적지다. 남쪽 봉우리를 정점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북서 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옹글게 솟아 있는 새별오름은 서사면으로 넓게 휘돌아 벌어진 말굽형 화구 형태와 함께 북사면 기슭도 작게 패어 있는 소형 말굽형 화구인 복합형 화산체 특성을 갖고 있다. 표고 519.3m, 지상높이 119m, 둘레 2713m, 면적 522㎡다. ‘샛별과 같이 빛난다’고 해 이름이 붙었다.
안우진 제주시 부시장은 “제주들불축제의 완성도를 높여 세계인이 공감하는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새별오름의 들불처럼 새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희망과 복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삼 제주시장 “코로나 극복 원년 함께 축하… 새 희망의 불씨 타오르기를”
“어느 해보다 뜨겁게 타오르게 될 새별오름의 들불처럼 최남단에서 시작되는 새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새 희망의 큰 복을 받아가길 기원합니다.”
강병삼(사진) 제주시장은 22일 “코로나19 시국을 이겨내고 4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올해 들불축제는 더욱 각별하게 와닿는다”며 “방앳불을 놓아 풍요를 기원하던 제주인의 마음이 2023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횃불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과 싸워 이긴 세계인과 기쁨을 나누고, 코로나19 극복의 원년이 될 올해를 함께 축하하고자 한다”며 “지구촌 곳곳의 갈등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분들의 염원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그는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고, 묵혀두었던 일을 시작할 희망의 불씨가 여러분 마음에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한다”며 “이 불씨가 우리나라와 지구촌 모든 시민의 번영과 평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염원한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독창성이 결여된 축제는 모두를 가슴 뛰게 하는 잔치의 즐거움 대신 일상의 지루함을 보여주지만, 제주들불축제는 기존에 이룬 성취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기고 참여하는 명품 축제로 계속 발돋움하고 있다”며 “세계를 밝히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들불축제의 성장 배경도 언급했다. 제주들불축제 성장에는 발전을 논한 포럼과 집단지성도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들불축제는 국내 유일의 불 축제라고 규정한 뒤, “세계적인 한류 축제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은 연인원 30만∼40만명으로 예상했다. 그는 언덕 등 관람객 밀집에 따른 사고 유의 구간을 핵심 관리 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등 무엇보다도 안전한 축제로 진행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 시장은 “희망의 불씨가 여러분 마음에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며 “축제에 참여해 모든 액운은 다 물러가고 행복과 기쁨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을 향해 여러분의 소원을 힘차게 외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