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7일로 예정된 체포동의안 국회표결을 앞두고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주어진 권력을 국민과 국가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위해서, 권력 강화를 위해서 남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법치의 탈을 쓴 사법사냥이 일상화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고 했다. 검찰의 위례·대장동 특혜비리,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의 수사가 대선패배에 따른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제는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습니까. 국가권력을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라고까지 했다.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막말까지 퍼부은 것이다.
검찰수사가 옥죄어 온다 해도 대통령과 검찰을 깡패라고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과 거리가 멀다. 검찰의 이 대표 수사는 윤 정부에서 새롭게 시작된 게 아니다. 지지난해 민주당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혐의들을 문재인 정권 검찰이 하는 둥 마는 둥 해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검찰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깡패라고 한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려 깡패와 인연이 있는 사람은 이 대표다.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역 조직폭력배(조폭)들과의 연계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조폭 출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도 불법 대북송금사건으로 엉켜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 대표와 민주당의 관심은 국민의 삶과 관련없는 ‘방탄’에 집중돼 있다. 이 대표는 엊그제 당소속 의원들에게 개별 편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체포동의안 송부의 부당성을 알렸다. 민주당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선 체포동의안 부결로 총의를 모아놓고선 외부에는 자유투표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표결없이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3·1절부터 임시국회를 열자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의당까지 찬성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169석을 가진 민주당의 뜻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국가적 갈등과 국력소비는 엄청날 것이다. “영장실질심사 한 번이라도 받자”(유인태 전 의원),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했으면 한다”(권노갑 상임고문)는 원로들의 고언을 새겨야 할 때다. 이 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자청해야 하는 게 옳은 처사다.
[사설] 李대표, ‘막말·방탄’ 아닌 영장심사받는 게 떳떳해 보일 것
기사입력 2023-02-24 00:13:47
기사수정 2023-02-24 00:13:46
기사수정 2023-02-24 00:13:46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