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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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산율의 비밀 '비혼출산'… 韓 저출산 해법될 수 있을까? [이슈+]

美연구 등 “저출산 한국, 비혼출산 용인돼야” 지적
佛, 합계출산율 1.8명 유럽 최고…62%는 ‘비혼출산’
“비혼출산 장려 아닌 ‘아동중심’ 평등 복지가 핵심”

“비혼출산을 방해하는사회적 규범이나 법은 한국의 출산율 회복에 잠재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보고서)

 

“한국의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뿌리깊은 사회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여전히 한부모 가정을 반기지 않으며, 미혼여성에 대한 시험관 시술이 불가능하다.” (CNN 방송)

사진=뉴스1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압도적 세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외신과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인정을 꼽고 있다.

 

비혼출산은 말 그대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나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동성커플이나 비혼주의 여성이 정자은행을 통해 공여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실시해 출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난 2020년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비혼출산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한국에서 정자 공여 시술을 통한 비혼 여성 출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다.

 

비혼출산이 저출산 문제의 즉각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선진국 통계로 볼 때 출산율과 비혼출산 비율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 1.8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당해 프랑스 비혼출산 비율은 62.2%였다. 아기 100명 중 62명이 결혼하지 않은 엄마로부터 태어난 것이다.

 

프랑스 출산율은 1950년대 3명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0년대 1.6명까지 내려갔다. 이후 각종 출산율 제고 대책을 시행했는데, 비혼출산에 대한 차별을 없앤 것도 그 중 하나다. 프랑스에서는 가족수당, 무상보육·교육 등이 결혼 여부나 가정의 형태에 상관없이 아이 중심으로 똑같이 제공된다.

 

2020년 EU의 평균 비혼출산 비율은 41.9%다.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71.4%)였다. 아이슬란드 합계출산율은 1.7명이다. 비혼출산율은 북유럽 국가에서 대체로 높았는데, 노르웨이가 58.5%, 스웨덴 55.2%, 덴마크 54.2%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 합계출산율은 각 1.5명, 1.7명, 1.7명이었다.

 

2020년에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꼴찌였다. 비혼출산율도 2.5%로 최하 수준이다. 일본의 비혼출산율은 2.4%로 한국과 비슷했다.

 

한국은 높은 집값, 사교육비, 고용불안, 가정 내 남녀 역할 불평등, 양육 환경 불안정 등 각종 사회문제가 겹쳐 비혼·저출산이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비혼을 고집하면서도 출산과 양육은 원하는 비혼출산 수요도 분명히 있다.

 

뉴스1

지난해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34.7%로 나타났다. 10년 전 22.4%보다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럽 선진국은 50% 안팎의 높은 비혼출산으로 국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핵심은 국가가 비혼출산을 장려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아이 중심으로 똑같은 복지혜택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차별 없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면서 “또 원하는 사람에게는 정자은행을 통한 비혼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출산율 제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