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가 뭔가요?” ‘맘카페(육아 커뮤니티)’에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단골’ 질문입니다. 저 역시 아이가 한국 나이 4살이 되자 같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5∼7살에겐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란 선택지가 놓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위해 유치원에 가야 한다”, ”어린이집이 더 세심하게 돌봐준다”…. 떠도는 정보를 볼수록 혼란만 더해졌습니다. 두 기관의 소관 부처가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유보통합’이란 단어도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체계, 즉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내는 부모에게 물으면 이게 뭔지, 유보통합을 하면 무엇이 바뀌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정부는 왜 이 둘을 합치려는 걸까요? 아이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매년 초겨울쯤부터 다음해 3월 입소 원아를 확정합니다. 두 기관은 지원 방식은 물론 원아 확정 시기도 다릅니다. 부모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유입니다. 어린이집은 복지부의 ‘아이사랑’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유치원은 교육부의 ‘처음학교로’ 앱에서 지원합니다. 어린이집은 맞벌이·다자녀 가정인지 등의 우선순위 기준이 있고, 같은 기준이라면 빨리 신청한 사람 순으로 입소가 확정됩니다. 대기는 언제든 걸 수 있고, 빠르면 10월쯤부터 입소 의사를 묻는 연락을 돌립니다. 반면 유치원은 11월로 지원 시기가 고정돼 있습니다. 우선모집과 일반모집으로 나뉘고, 그 안에선 추첨으로 경쟁합니다. 1지망 추첨에서 떨어지면 2지망으로 넘어가는 식이죠. 11월 말에 결과가 나오고, 입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들의 자리는 대기자들이 채웁니다. 대입 못지않게 복잡합니다.
두 기관에서 입소할 수 있다고 연락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어 부모들은 3월 전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모두 발을 걸친 채 고민하다 막판에 한 발을 빼는 부모도 많죠. 이런 불편은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한 지인은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는 관심 없다”며 “지원 시스템만 통합돼도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차이는 또 있습니다. 법적으로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 유치원은 교육시설입니다. ‘유치원은 교육 위주, 어린이집은 보육 위주’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5∼7세 교육과정은 어느 기관이든 ‘누리과정’으로 동일해 유치원이 어린이집보다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치원 교사는 교원이고, 어린이집 교사(보육교사)는 교원이 아니란 차이는 있습니다. 대신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방학이 짧고, 긴 시간 돌봄을 맡기기에 수월합니다.
유치원이 시설이 크고, 급식비 등 정부 지원이 많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정부는 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아이가 어느 기관에 가든 일정 수준의 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김영삼정부 때부터 유보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정책입니다. 지원 시스템도 편리해질뿐더러, 돌봄 시간, 지원 등이 두 기관 중 더 ‘좋은 쪽으로’ 맞춰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사 통합 문제 해결이 관건
유보통합 논의는 30년간 크게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걸림돌 중 하나는 교육부와 복지부의 주도권 싸움이었습니다. 두 부처 모두 자신이 가진 것을 놓을 생각이 없어 눈치싸움을 벌이는 분위기였죠.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교육부 주도 통합이란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만든 성과입니다. 정부는 2025년 어린이집·유치원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통합하고, 두 기관의 장점을 합친 ‘제3의 기관’을 만든다는 목표입니다. 유치원·어린이집 명칭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남은 걸림돌은 ‘교사통합’입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 등을 전공하고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치원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보육교사와의 통합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현재의 보육교사는 4세 이하를, 유치원 교사는 5∼7세를 맡는 식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언뜻 생각하면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보이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4세 이하와 5∼7세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만큼이나 간극이 있고, 돌보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업무영역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무리란 주장은 수긍할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계에선 장기적으론 교사 양성 시스템을 통합하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은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갈등을 잠재울 현실적인 방안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보육교사 사이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전제조건은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입니다. 현재 보육교사의 임금 수준 등은 유치원 교사에 비해 열악합니다. 이는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만큼, 보육교사 양성체계 개편과 함께 처우 개선이 반드시 논의돼야 합니다.
교육부는 교사체계를 통합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습니다. 교사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보통합 기사를 쓰면 유치원 교사들의 날 선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보육교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까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침묵은 유치원 교사에게도, 이들의 댓글을 보는 보육교사에게도 모두 상처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어린이집 교사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서고, 걷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지, 5∼7세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안아주는 그에게서 소명의식이 느껴졌습니다. 정부가 통합에서 방점을 둬야 할 부분은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처우 수준’이지 ‘이름’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