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새로운 복병과 마주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튀르키예(터키)의 반대로 나토 정식 회원국이 되는 절차가 지연돼 왔는데, 이번엔 동유럽의 헝가리도 딴지를 걸고 나섰다. 나토 30개 회원국 의회 가운데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나라는 튀르키예와 헝가리 2개국뿐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게르게이 굴리아스 헝가리 총리실 비서실장은 의회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표결하는 시점이 3월 하순으로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후 회원국 의회들은 신속히 가입안을 비준했는데 헝가리 의회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가입 비준안을 사실상 방치하며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미뤄왔다.
애초 헝가리는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초를 표결 시점으로 제시했다. 그랬다가 의회 일정을 들어 3월 초순으로 미루더니 다시 3월 하순까지 지연시킨 것이다. 현재로선 3월 하순에 정말 의회 표결이 이뤄질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말을 아끼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4일 처음 입을 열고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우려를 표명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핀란드·스웨덴을 겨냥해 “두 나라가 헝가리의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건전성에 관해 완전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의회가 양국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표결하기에 앞서 정당들 간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헝가리 의회는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오는 27일에나 안건으로 상정할 뜻을 내비쳤다. 헝가리 의회 규칙상 안건 상정 후 표결까지는 대략 4주일이 걸린다. 따라서 나토 가입 비준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3월 하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헝가리는 극우 성향의 피데스당 소속 오르반 총리가 집권한 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사법부 독립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유럽연합(EU)은 그간 여러 차례 헝가리에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EU의 가치를 존중하라”고 권고했으나, 오르반 총리는 독불장군 행보를 고수하는 중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같은 이는 “더는 EU에 헝가리를 위한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 역시 헝가리의 지나친 우경화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스웨덴·핀란드 양국이 헝가리의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건전성에 관해 완전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는 오르반 총리의 반발은 바로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 않아도 튀르키예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시사에 노심초사해 온 핀란드·스웨덴으로선 헝가리라는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힌 셈이 됐다. 나토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튀르키예나 헝가리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불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