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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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도 정상회담, 러시아·우크라 전쟁 놓고 '평행선'

숄츠 "러 침략, 전 세계에 끔찍한 결과 초래"
모디, 전쟁 언급 대신 양국 경제협력에 초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데 인도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모디 총리는 인도와 러시아의 친밀한 관계를 의식해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최근 유엔 총회의 러시아 철군 촉구 결의안 표결 당시에도 기권한 바 있다.

 

숄츠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독일·인도 정상회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독일과 인도는 가까운 파트너이자 친구로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관해 비슷한 견해를 공유한다”며 “점점 복잡해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어려운 시기에 인도가 G20 의장국을 맡은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두 나라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

올해 G20 의장국으로서 인도가 러시아의 침략을 멈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가 의장국을 맡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결과 러시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내용의 공동선언이 채택된 점을 들어 올해 G20 정상회의도 유사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또한 숄츠 총리와의 회담 후 SNS에 글을 올렸는데 주로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해서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숄츠 총리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며 “우리의 대화는 인도·독일 협력을 강화하고 무역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우리는 또 재생에너지, 녹색수소 및 바이오 연료 분야에서 관계를 심화하기로 합의했다”고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선 “안보협력도 논의됐다”고만 적었을 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심지어 ‘전쟁’ 같은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인도는 국경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몇 차례 전쟁까지 치른 이웃나라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및 국방 분야에서 여전히 러시아와 협력하는 중이다.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인도 총리 관저인 하이데라바드궁(宮) 앞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나란히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

개전 1주년을 맞아 지난 23일 유엔 총회가 러시아를 성토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 철군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회원국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통과시켰을 당시 인도는 기권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의장국 인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러시아 규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외신들은 의장국 인도가 논의 과정에서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 대신 ‘위기’나 ‘도전’ 같은 단어로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방 국가와 대립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공동성명에 러시아 규탄을 넣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