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은혜를 갚을 수 있어 기쁩니다.”
‘호국의 고장’으로 불리는 경북 칠곡군이 지진 피해지이자 6·25 참전국인 튀르키예에 구호 물품을 보낸다.
칠곡군은 26일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은 구호 물품 5t을 27일 주한튀르키예 대사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주민이 구호 물품을 모은 건 “6·25 참전국인 튀르키예를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과 칠곡에서 케밥 가게를 운영하는 튀르키예 출신 하칸과 무스타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하칸과 무스타파는 지진 피해가 가장 큰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출신이다. 지진으로 가족이 죽거나 다쳤고 집이 무너져 고향에 남은 부인과 자녀 걱정으로 시름이 깊다. 6·25 참전용사의 후손인 하칸은 “지진으로 고향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가족들은 매일 지진의 공포와 추위로 떨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2000여명은 구호 물품 모으기에 동참했다. 생리대와 기저귀, 보온병, 양말, 목도리, 핫팩, 겨울용 의류 등이 모였다. 칠곡군 공직자는 980만원을 모아 적십자를 통해 튀르키예 돕기에 나섰다.
구호 물품 전달은 지자체의 도움 없이 포장에서부터 인천공항 배송까지 주민 주도로 이뤄졌다. 물품을 담은 포장 상자는 지역 기업이 후원했고, 공항 운송은 5t 트럭을 소유한 주민이 무료 봉사했다.
무스타파는 주민과 함께 고향에 보낼 구호 물품을 차량에 실으면서 “가족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를 도와준 주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물품 하나하나에 주민의 결초보은 정신이 담겨있다”며 “튀르키예 국민이 지진피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군은 6·25전쟁 최대 격전지다. 다부동전적기념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한미우정의 공원, 칠곡평화전망대, 호국의 다리 등 호국보훈 시설이 많다. 튀르키예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4936명의 전투병을 파병해 721명이 전사하고 2147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산의 유엔묘지에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62명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