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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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우려·기대 혼재된 국제유가… 러·중이 변동성 키울 수도”

러시아, 최근 감산 발표에 제재 조치로 불확실성 키워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요 증가…변동성 확대 가능

최근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향후 러시아의 원유 공급 상황과 중국 경제의 재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유가 안정에 기여해왔으나, 최근 감산 발표와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 조치 등이 향후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수요 증가 기대가 혼재하면서 배럴당 80달러(두바이유 기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배럴당 97.8달러였던 두바이 유가는 9월 90.6달러, 11월 86.28달러, 12월 77달러, 지난달 80달러 등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는 평균 81.3달러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향후 러시아의 원유 공급 여건과 중국발 수요 상황이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춘제(春節·설) 이후 중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 원유의 공급 차질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면서 향후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공급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감산 계획과 서방의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 조치,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내 최신 장비 및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이 꼽힌다. 보고서는 “러시아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유가 안정에 기여했으나, 최근 감산 발표 이후 유가상한제 등 제재 조치로 인한 공급 차질 요인이 다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일일 생산량의 5% 수준인 50만배럴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감산 소식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이 기존 감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하며 러시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도 향후 글로벌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수요 측면에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주요 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바탕으로 중국 원유 수요 전망치를 50만∼100만배럴가량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의 여행 수요 확대 등으로 글로벌 항공연료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요의 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EPA연합뉴스

보고서는 “올해 1월 중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민간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2020년 4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활동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낮은 가계소비 여력과 부동산 시장 부진 등 리오프닝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들도 상존한다. 보고서는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하겠으나, 향후 중국 경제의 구체적인 회복양상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변화하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원유시장은 경제적 변수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변동을 나타낼 것”이라며 “해당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종합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