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권한 남용’ 장흥군, 수백억원 구상금 물어줄 판

발전시설 입주계약 불허처분 소송서
1·2심 지고 법무부 지휘로 상고 포기
법원 “비례의 원칙 위배 재량권 남용”
업체, 3년여 소송으로 수백억대 피해
“역주행 행정 민낯 드러나” 비난 커져

전남 장흥군이 바이오매스 발전시설 업체와 벌인 입주계약 불허처분 소송에서 1심과 2심까지 모두 패소해 수백억원 대의 구상금과 형사상 책임까지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구상금 청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으나 3년여간 소송으로 자재비와 인건비, 금리 인상에 따른 공장 건축비 상승, 그동안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해 발생할 이익잉여금까지 환산하면 업체 측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장흥군이 장흥바이오식품산단에 입주하는 특수목적법인 장흥그린에너지를 상대로 제기한 ‘입주계약 불허처분’ 관련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2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지난해 8월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건축허가 시 보완요구(국토계획법상 실시계획 인가 등) 및 입주계약 불허 처분이 부당하고,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전남 장흥군청 전경. 장흥군 제공

장흥군은 법무부 지휘를 통해 3심까지 갈 경우 승산이 없고 행정력 낭비를 우려해 포기한 상태다. 혹여나 업체 측에서 구상금을 청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 행정소송은 2020년 장흥그린에너지가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 내 3만9460㎡ 부지에 바이오매스 발전시설 공장을 짓기 위해 장흥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업체는 공장 건설 착수를 위한 요구조건을 갖춰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장흥군은 수차례 불허통보와 보완요구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체장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기각됐다.

모두 1700억원이 투입되는 이 발전시설은 김성 장흥군수가 민선 6기를 이끌 당시 투자유치에 성공, 치적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 시설은 우드칩을 전량 사용하는 전소 시설로 발전시설 용량은 30㎿(메가와트), 1일 평균 600여t의 우드칩이 사용되는 청정에너지 발전시설이다. 공장 건설 기간 동안 연인원 3만5000명에 시설 완공 후 직간접 고용인원도 100명에 달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흥군의 한 주민은 “지역발전을 위해 투자유치를 못할망정 지방자치단체의 권한남용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해당 업체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규 고용창출이나 세수증대까지 스스로 포기하는 역주행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소송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정작 이 업체는 주주들 사이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발전시설 착공지연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손해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투자비 급등에 따른 금융대주단과의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장흥=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