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은행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4곳(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전년 동월 평균(0.04%)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는 0.04%로 큰 변동이 없던 연체율은 9월 0.05%에 이어 12월 0.07%로 상승한 뒤 올해 1월에는 0.09% 수준까지 높아졌다. 가계와 기업(신규 평균 기준) 연체율 모두 이 기간 0.04%에서 0.07%로, 0.05%에서 0.10%로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가계나 개인사업자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0.79%포인트와 2.69%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도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2.24%포인트 상승했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도 요인으로 꼽힌다.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인터넷은행의 연체 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잔액은 2915억91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106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체율 상승은 은행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9월 0.21%에서 올해 1월 0.24%로 상승했다.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