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월례비’를 두고 정부와 노조의 신경전이 연일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의) 일방적인 착취”라는 푸념이 나왔다. 월례비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지만 최근 법원이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시한 만큼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진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30년째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소형사 대표 A씨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월례비를 ‘관례’라고 보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본다”며 “사실상 일방적인 착취”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장에선 다들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쩔쩔 맨다”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현장에 있는 조그마한 문제들을 다 사진으로 찍어 고소·고발을 한다. 현장을 힘들게 해서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월례비는 고생하는 기사들에게 간식값이나 담뱃값을 쥐어주던 과거 관행이 굳어진 것이다. 건설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노조가 조직화한 20년 전부터 이 같은 일이 당연시됐다고 한다. A씨는 “본인들 성에 차지 않으면 같은 건설업체가 공사하는 또 다른 현장에 가서 집회를 하는 등의 행위가 있은지 20년 가까이 됐다”며 “이번에 광주고법 재판의 경우도 건설사가 왜 소송을 걸었겠느냐. 월례비를 줬지만 어쩔 수 없이 줬기 때문에 소장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광주고법은 한 건설사가 “받아 간 월례비를 반환하라”며 타워크레인 조종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청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판시했다. 소를 제기한 업체를 포함한 입찰 참여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등을 견적 금액에 반영해 입찰에 참여한 점, 업체가 소속된 철근콘크리트협의회도 업체가 내야 할 월례비 액수를 통일하기도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법원 판결은 월례비의 일반적 성격에 대한 판단이 아닌 개별 소송의 특정한 사실관계 하에서 부당이득반환 가능 여부를 판단한 사례”라며 “만약 월례비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면 합법적 근로계약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금품요구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부재한 데 따른 것이라며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