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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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주 4회 단축 운영… 마취과 의사 없어 수술 몰아 하기도 [심층기획-붕괴 위기 필수의료 살리자]

구인난 지방의료원 현실

속초의료원 연봉 1억 올리고 겨우 1명 채용
울산선 의사 구하려 병원 이사장까지 나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지역 공공의료원이 만성적인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개월째 채용 공고에 응하는 응시자가 없는가 하면 연봉을 기존 대비 1억원 이상 올려도 지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27일 강원 속초의료원에 따르면 21일까지 진행한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차 채용 공고’를 통해 1명의 의사를 최종 채용했다. 앞서 속초의료원은 지난달 말 응급실 전문의 2명이 퇴사하고 1명이 이달 말 퇴사의사를 밝히면서 응급실을 1주에 나흘씩 단축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의료원 내 다른 과목의 전문의가 임시로 응급실 업무를 병행하기로 결정, 월요일부터 수요일의 경우 주간(오전 9시∼오후 4시) 진료만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최근 의료진 공백으로 응급실이 단축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이처럼 속초의료원 측은 필수 의사인력 부족에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응급의학과 전문의 1차 채용을 실시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이어지자 속초의료원은 기존보다 연봉이 1억원 인상된 4억2400만원을 제시했다.

2차 모집 공고에 3명이 응시, 서류 전형과 면접을 진행했지만 서류 전형 합격자 2명 가운데 1명이 면접을 포기해 1명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속초의료원은 부족한 의사 2명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다음 달 6일을 마감일로 해 3차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3차 공고에서는 자격 요건을 기존 의사면허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 수료자까지로 확대했다. 이와 별개로 속초의료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도 부족, 수술 일정을 일주일에 하루 몰아서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지방의료원의 ‘의사 구인난’은 강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 산청군의 경우 지난해부터 내과 전문의 채용에 나섰지만 3차례 공고에도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1·2차 채용 공고에는 지원자는 전혀 없었으며, 3차 공고엔 1명이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채용되지 않았다. 산청군은 다음 달 7일을 마감일로 4차 공고를 냈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울릉보건의료원 역시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안과, 내과 등 진료 과목에 수년째 담당 의사가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산부인과는 포항의료원 소속 의사가 한 달에 한번 방문 진료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구하기에 병원 이사장의 인맥까지 동원되는 곳도 있다. 울산 지역의 한 종합병원은 서울보다 1.5배 정도 높은 연봉에도 의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이사장의 인맥을 통해 의사를 채용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대구, 부산까지는 와도 울산까지는 교육 등 여건 때문에 오지 않으려 하다 보니 이사장까지 나서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속초·울산=박명원·이보람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