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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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리더십 이미 상처… 2·3차 영장청구 땐 부결 확신못해

체포 막았지만… 민주 무더기 반란표
노웅래 때 반대 161표보다 한참 적어
애초 175명 반대 기대… 30명 안팎 이탈
불구속 기소땐 당헌 80조 적용 뇌관
“리더십 정상적으로 수행 어려울 것”
‘50억 클럽·김건희’ 쌍특검 동력 약화
“방탄정당·내로남불” 비판도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까스로 부결시키면서 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방탄정당·내로남불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내 이탈표도 무더기로 나온 데 따라 이 대표 리더십이 빠르게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출석 의원 297명 중 가결 139명, 부결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 나왔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 나온 부결 161표에 한참 못 미친 것이다. 애초 이날 반대 투표가 예상된 의원은 민주당(169명)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5명), 기본소득당(1명) 등 총 175명였다. 이 중 30명 안팎이 이탈한 것이다. 찬성 투표 의사를 밝힌 의원은 국민의힘(115명)과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 국민의힘 성향 무소속(1명) 등 총 122명이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인 김홍걸 의원과 구속 상태인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결석했다.

역풍이 자명한데도 민주당 주도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건 검찰 수사에 대한 당내 반발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 우리로서는 당연히 뭉쳐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하루가 다르게 한 명씩 영장이 나오고 그런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잇따르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검찰은 21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국회를 압수수색했다.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구속영장이 ‘정치 영장’이란 당내 인식도 부결을 이끌었다. 한 초선 의원은“(이 대표) 구속영장 내용이 너무 허접하다. 거기다 이 대표가 도주 우려가 있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나. 이미 압수수색도 충분히 했다”며 “방탄 비판은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이탈표가 대거 나오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빠르게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번 부결 이후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 당헌 80조 적용 여부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백현동 개발 의혹 등을 고리로 한 검찰의 2, 3차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이 대표의 힘을 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상당한 이탈표가 확인된 데 따라 민주당 입장에서 2, 3차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요 당무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쏠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4월이나 5월 중 치러질 예정이다. 친문계 재선 의원도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데) 당 지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이날 꺼내든 쌍특검 카드도 힘을 받기 어려워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쌍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김승환·배민영·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