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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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업·대학 강의를 같은 건물에서?…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논란

“아이들이 계속해서 외부인을 만나게 되니까,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아요.”

 

덕성여자대학교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운현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내 학생 안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덕성여대가 이용하려는 건물은 같은 재단에 소속된 운현초가 급식실과 도서실 등으로 사용 중인데, 이곳을 대학과 공유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외부인 출입 제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찾은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2층 모습. 운현초등학교 도서실 문에 ‘남자화장실 1, 4, 5층 이용’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조희연 기자

27일 덕성여대에 따르면 덕성여대는 올해 1학기부터 종로캠퍼스에서 2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종로캠퍼스를 활용하자는 논의가 20년 전부터 있었다”면서 “이번에 1학년 교양수업 2개를 종로캠퍼스에서 운영함으로써, 앞으로 캠퍼스를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을지 파악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덕성여대가 종로캠퍼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기존에 해당 건물을 사용하던 운현초와 동선이 겹치게 됐다는 점이다.

 

덕성여대의 전신인 조선여자교육회는 1920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창립한 뒤, 1987년 쌍문동에 있는 쌍문캠퍼스로 학부생 수업을 완전히 이전했다. 이후 종로캠퍼스에는 덕성학원 산하 운현유치원과 운현초, 덕성여대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원, 덕성학원 법인만 남게 됐다.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2층에 위치한 운현초등학교 도서실 옆 화장실에 경고문이 붙어있다. 경고문에는 ‘CCTV 촬영중. 2층, 3층 남자화장실 없음. 여자화장실 사용시 경찰에 신고’라고 써있다. 조희연 기자

운현초는 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평생교육원 1~2층을 각각 급식실·도서실 등으로 사용해왔는데, 덕성여대가 올해 1학기부터 이곳 2∼3층 일부를 강의실로 활용하기로 결정, 운현초와 교정을 공유하게 됐다. 2층의 경우 오른쪽에는 운현초 도서실, 왼쪽에는 대학 강의실이 있는 구조가 됐다.

 

운현초 학부모들은 덕성여대가 평생교육원 사용 관련해 덕성여대 학생 편의만 고려하고 운현초 학생의 안전과 교육권 문제는 도외시했다고 꼬집었다. 평생교육원 강의실을 덕성여대가 사용하기 시작하면 교정을 출입하는 인원이 급증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 운현초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계획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덕성여대가 운현초 남학생들이 사용하던 남자화장실을 없앤 점도 문제삼았다. 대학 측은 지난해 12월 공사를 진행해 평생교육원 건물 2∼3층 화장실을 모두 여자화장실로 변경했다. 운현초 도서실 옆에 있는 2층 화장실에는 ‘폐쇄회로(CC)TV 촬영 중. 2층 3층 남자화장실 없음. 여자화장실 사용시 경찰에 신고’라는 경고문도 붙었다. 1층 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는 장애인 화장실 1칸과 여자화장실 1곳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층마다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이 1곳씩 있었지만, 이번 공사로 운현초 남학생들은 1층 화장실 1칸 혹은 4∼5층에 있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의 운현초등학교(왼쪽 흰색 건물)와 평생교육원(오른쪽 적색 건물)의 모습. 조희연 기자

이는 덕성여대가 평생교육원 사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덕성여대 학생들을 상대로만 대화하고 운현초 학부모들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덕성여대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총장과 총학생회가 모여 종로캠퍼스 운영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10월부터는 ‘종로도심캠퍼스 교육활용 태스크포스(TF)’를 꾸려 6차례 간담회를 갖는 등 수차례에 걸쳐 종로캠퍼스 활용 방법과 관련한 우려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운현초 학부모들은 이달 14일 열린 운현초 학부모 간담회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화장실 시설 공사’라고만 알고 있었던 학부모 129명은 즉각 항의서를 작성해 지난 20일 덕성학원 이사회에 전달했다.

 

덕성여대는 해당 캠퍼스가 사실상 덕성여대 소유인데다 학생 출입관리를 철저히 할 예정이기 때문에 외부인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덕성여대 측은 “법적으로 교육기관이 부지를 소유할 수 없어 캠퍼스가 법인 소유로 돼있긴 하지만, 건물 관리나 운영은 덕성여대가 하고 있으니 사실상 덕성여대가 소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덕성여대 학생들은 본인이 초등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평생교육원 건물에는 이전에도 평생교육원 강의실과 교수연구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운현초와 교정을 공유하게 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덕성여대는 초등학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2일 운현초에 공사 진행에 대한 공문을 전달하고 3차에 걸쳐 초등학교장·유치원장과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주에는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학부모 의견도 들었다”면서 “안전문제를 담당할 정규직 직원을 배치하고, CCTV 86대와 나무 울타리도 설치하는 등 초등학생의 안전 관련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와 평생교육원 사이에 울타리를 설치해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동선을 분리하고, 급식실·도서실을 이용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사가 동행하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는 “1층 장애인 화장실과 4층 남자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2층에 남자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할 생각도 있다”며 “경고문은 대학이 게시한 게 아니고, 현재 건물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다. 경고문 제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희연·백준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