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호 청년참모’로 불리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쓴 웹소설이 연예인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장 후보는 27일 과거 자신이 집필한 웹소설에서 여성 연예인을 성적대상화 했다는 논란과 관련 “특정 연예인이 연상돼 그 팬분들 우려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후보는 자신이 쓴 소설은 허구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웹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야설’(야한 소설)이라고 비하한 것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작가들 입장에서도 유감을 표해야 할 것 같다”며 “저는 100% 허구인 판타지 소설을 썼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현실에서 성 상납 의혹 무마하려고 측근을 보내서 7억 각서를 쓰지 않았냐”며 비판을 가세한 이준석 전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묘재’라는 필명의 웹소설 작가로 활동한 장 후보는 ‘강남화타’라는 소설에서 배우 김혜수, 가수 아이유 등이 연상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 소설은 명의인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 한 여성 배우를 성관계로 치료하고, 목이 아파 고음을 낼 수 없는 가수를 치료한 뒤 교제한다는 내용 등으로 구성됐다.
28일 네이버 시리즈에서 확인한 해당 소설 2권 3화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원조 글래머. 여전히 뭇 남성들을 설레게 만드는 섹시 스타. 바로 그녀, 김해수가 기다리고 있는…”이라며 배우 ‘김혜수’를 연상시키는 인물 ‘김해수’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2권 4화에서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김해수의 가슴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D컵은 될 것 같은 가슴 중앙의 분홍빛 유두가 보기 흉하게 함몰됐고…” “김해수는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가슴에 필러를 맞은 것이다” 등 높은 수위의 묘사가 나온다.
이 소설은 또 가수 아이유의 본명 ‘이지은’을 그대로 쓰고, 그의 노래 ‘좋은날’ 가사도 일부 차용하고 있다. “이지은이 얼굴을 붉히며 삼단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암 인 마이 드림- 임- 임-” 등이다. 장 후보가 의도적으로 실존 연예인을 연상시키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장 후보는 한 언론사에 “이름이 비슷하게 연상된다고 실제 연예인한테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웹툰이나 소설도 다 걸리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아이유 실명까지 넣고 가사까지 넣은 건 맞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을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팬이라면 성적 묘사가 대다수인 소설에 연상되는 인물로 연예인을 등장시킨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해당 연예인들이 이 소설의 내용을 문제삼아 고소·고발한다면 처벌이 가능할까. 이명아 변호사는 28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웹소설이 허구의 창작물임을 전제로 할 때, 특정 연예인에 대한 모욕이나 비방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성립이 명백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소설의 경우 언급된 연예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특정 가능하다는 점, 일부 내용은 사실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하여 해당 인물의 사회적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웹소설이 허구라는 전제가 있는 창작물이기에 의도적으로 연상된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 어렵다며 만약 소송에 들어간다면 자세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일부 내용은 독자들이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형법 제311조(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으로는 이같은 연예인 성적대상화 창작물에 대한 처벌에 어려움이 있지만,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021년 남성 아이돌을 성적대상화한다는 창작물 ‘알페스’(실존 인물을 소재로 허구의 애정 관계를 다룬 글이나 그림)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의2항을 일부 개정하여 알페스를 규제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