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3대책 이후 주택 거래량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세를 점치기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신호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국 미분양 주택 규모가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인 7만5000가구를 돌파하면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분양 주택의 위험성은 물량 자체보다는 증가 속도와 지역 편중성에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6만6000가구로 정점을 찍었다가 부동산 경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2021년 하반기에는 1만4000가구 안팎까지 떨어진 이후에는 다시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1월 2만가구를 돌파한 미분양 규모는 7월 들어 3만가구대에 진입했고, 9월에 4만가구를 돌파했다. 11월과 12월은 각각 한 달 만에 미분양이 1만가구씩 증가했다.
미분양이 계속 쌓이면,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분양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파트를 지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부동산 업계로 자금이 흘러오지 않게 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심지어 부도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미분양 문제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주택 착공 실적은 1만561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줄었다. 지난달 아파트 분양실적은 182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7%나 급감했다.
특히 지방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미분양 주택의 84%가 지방에 몰려 있다. 정부가 1·3대책 등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고, 청약 문턱도 낮췄다. 규제 완화 결과 수도권 분양경기가 먼저 회복세를 타면서 지방은 더 깊은 미분양 늪에 빠졌다.
수도권 소형 주택이 먼저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중·대형 미분양 비중은 크게 늘었다.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전월 대비 25.9% 증가한 8926호가구였고, 85㎡ 이하 미분양은 6만6433가구로 전월 대비 8.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택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조속히 미분양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미분양이 나면, 낙인효과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게 더욱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업계의 미공개 물량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 물량은 정부 집계치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동성 지원과 규제 추가 완화 등 시장개입을 통해 주택경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분양 대책을 직접 제시하면,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특정 민간 기업의 수요 예측 실패와 방만 경영 책임을 공적자금으로 보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하락세를 타고 있는 집값을 정부가 세금으로 떠받칠 경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말 취약계층을 위한 전세매입임대 사업의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구를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건설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직접 나서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들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아직 정부가 미분양 문제에 직접 개입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부동산 경착륙 방지를 위해 보완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절대적인 수치가 많다고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미분양) 증가세가 굉장히 가파른 것은 확실하다”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 물량이 소화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있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주요 단지만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분양을 직접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게 부담이 되면, 무주택·1주택자가 미분양을 살 때 취득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는 등 다른 지원책을 주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