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1일 역대 최대인 연 매출 26조원과 2분기 연속 흑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유통시장 대표 기업인 이마트·신세계, 롯데와의 유통 시장 쟁탈전이 본격 개막했다는 평가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런칭 이후 온라인 시장에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처럼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파는 직매입 모델을 온라인 커머스에 도입해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경쟁하며 매출 기준 국내 유통 ‘TOP3’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출발대에 섰다”며 “국내 유통환경 특성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파워가 견고한데다 이마트, 롯데 등이 대대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이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기업에 유리한 엔데믹 상황 속에서 3년 뒤면 700조원대로 커질 유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마롯쿠’ 3사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
◆쿠팡, 적자폭 크게 줄이며 성장했지만 오프라인도 반격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은 4660억달러(한화 약 602조원)로 분석됐다. 유로모니터는 향후 한국 유통 시장이 연 4% 성장해 오는 2026년엔 5470억달러(약 7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유통 비즈니스에 대응하는 주요 유통기업 분석 결과, 이마트·신세계 유통그룹, 롯데쇼핑을 포함한 3개 유통 그룹이 매출 기준 유통시장 ‘톱3’를 차지했다.
602조원 유통시장에서 매출 기준 상위 3개사의 합산 전체 시장점유율 비중을 보면 1위 이마트(5.1%)에 이어 쿠팡(4.4%), 롯데(2.5%) 순으로 3개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앞으로 유통시장이 7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을 감안하면 이제 3개 기업은 출발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유통 구조 형성 속에서 그 누구도 현재 강자가 없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라고 전했다.
3사 가운데 쿠팡은 지난해 전년 보다 26% 늘어난 26조5917억원(영업적자 14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적자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79억원)과 비해 92% 감소했다.
‘만년 적자’ 기업에서 1년 만에 ‘연간 흑자’ 기대감을 높이는 유통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쿠팡은 지난 4분기에 전분기보다 9% 늘어난 1133억원(8340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분기 연속 흑자 달성했다. 유통업계에선 전국 30개 지역, 100여개 이상 물류센터를 가진 쿠팡이 9년 전인 2014년 수준의 영업적자(1215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자를 줄인 점에 있어 향후 지속가능성 증명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강자들도 '리오프닝(reopening)'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이마트·신세계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마트·백화점·편의점·이커머스 등 9개 유통 사업 부문(스타벅스·프라퍼티 등 해외 및 비유통사업 자회사 5곳 제외) 분야 합산 매출은 30조4602억원, 영업이익은 6173억원. 쿠팡보다 우위 실적으로 국내 유통 '넘버1'이다. 이들 9개 유통 사업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 14% 상승했다.
지난해 이마트(할인점)는 매출 12조4153억원(전년 대비 4.8% 성장)을 내며 성장세를 유지했고, 편의점(이마트24)도 전년 대비 10.4% 오른 매출 2조118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흑자(68억원)를 달성했다.
아직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 이커머스 사업군인 SSG닷컴과 지마켓은 연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분기마다 적자를 축소했다. SSG닷컴과 지마켓의 매출은 각각 1조7447억원, 1조3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1013% 늘어난 수치이다.
마트·백화점·편의점 등 6개 유통 사업부문을 거느린 롯데쇼핑은 영화관(컬처웍스)을 제외하면 전년(15조1440억원)과 비슷한 15조원대 매출(15조7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컬처웍스(1320억원 영업적자)를 제외한 유통군 그룹의 영업이익은 3710억원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4180억원. ‘만년 적자’ 꼬리표를 달았던 롯데마트는 엔데믹을 맞아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 전년 370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명품 판매 호조 등으로 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이마트·신세계, 롯데가 정부 허가가 필요한 면세점 사업으로 연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국내 유통 장악력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 직매입 기반 자동화 풀필먼트 투자·빠른 배송에 올인한 ‘이마롯쿠’…2030년까지 안갯속 경쟁
유통시장 매출 기준 상위 3개 기업은 향후 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유통시장에서 크게 3가지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smart)와 배송 효율 증대(speed), 제품 확대와 고객 멤버십 강화(selection) 등 ‘3S’ 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쿠팡은 수익성을 개선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아직 연간으로는 적자 상태다. 지난해 3000~4000억원대의 연간 흑자를 달성한 이마트·신세계, 롯데의 유통그룹과 비교하면 아직 쫓아가야 하는 형국인 것.
쿠팡이 지난 2021년까지 매년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50~80%씩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엔데믹 효과로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고성장했던 온라인 기업들의 매출세는 둔화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하락한 반면, 오프라인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8.9%로 빠르게 회복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 상황을 맞아 지금 유통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쿠팡은 신세계, 롯데와의 경쟁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C2C, D2C(소비자 직접 판매) 등 다양한 디지털 커머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에 쿠팡은 전국 ‘쿠세권’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했다.
쿠팡 관계자는 “대구 FC는 대구와 남부권을 아우르는 첨단 물류 핵심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혁신 DNA’를 전파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2020~2021년간 자동화 물류에 1조2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내년까지 광주광역시,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 준공 예정이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세 곳과, 전국 1백여 곳 PP센터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주력 고객인 3~4인 가구에 대한 침투율을 높여나가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1~2인 가구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자동화 물류 시설을 각 점포 거점에 도입해 배송 효율성을 높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PB센터를 이용한 하루 배송 물량은 200~500건에서 3000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지마켓은 지난해 1000%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이마트로부터 신선식품 등을 직매입하는 비즈니스를 늘려 새벽배송 서비스 ‘스마일 프레시’ 등으로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 비즈니스 재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 새벽배송 시장에 총 1조원 투자했다. 오는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입출고부터 출고까지 자동화 물류 로봇을 도입해 물류센터에 적재 가능한 상품은 2배 늘리고, 고객은 1시간 단위로 원하는 식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도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에서 비용절감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식품 폐기율이 0.4% 수준으로, 국내 대형마트(3%), 슈퍼(4%)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들로 오는 2030년이 돼야 유통 기업 3사 가운데 누가 패권을 쥘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1000만 회원 돌파, 쿠팡 추격하는 신세계 통합 멤버십…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등 변수
유통기업 3사의 마지막 경쟁 포인트는 올해부터 다양한 부가혜택으로 고객을 서비스에 락인(lock-in)하는 '유료 멤버십'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앞서가는 것은 쿠팡이다. 월 4990원에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와 쿠팡플레이 OTT 등 10가지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1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이마트·신세계의 신규 멤버십이 멤버십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신세계는 올해 자사 계열사 6곳(스타벅스·면세점·지마켓 등 6개 계열사)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오는 7월 출시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SSG닷컴과 지마켓 등 2개사를 통합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현재 300만여명)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올해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해 6개사가 참여해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다는 것. 멤버십 모집 회원 목표는 약 400만명으로 추정된다.
롯데도 4000만 회원 수를 보유한 ‘엘포인트 멤버스’와 롯데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리워즈’ 적립 및 사용 혜택 강화, 롯데홈쇼핑의 MZ세대 전용 유료 멤버십 ‘와이클럽’ 등을 통해 멤버십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이마롯쿠’ 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10시) 제한을 풀 뜻을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점포에서 온라인 새벽배송이 본격화될 수 있다.
대형마트의 월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에 월 휴무일을 평일로 대체하는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경우 전국 점포의 50%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 매출액 2000억원(영업이익 500억원)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형마트의 이같은 공세에도 쿠팡 성장세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쿠팡의 실적 성장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