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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후계자 수업 시작?… 김정은 ‘방중 동행’이 바로미터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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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공개 행보 존재감… 딸 후계설 분분

석 달간 7차례 공식 행보… 우표도 등장
전문가 “김정은도 8세 때 내정 첫 언급”
‘존귀하신’ 지칭 등 근거로 후계자 주장

“미래세대 상징… 북핵 정당화에 활용”
“정상 국가 이미지 연출 노린 것” 반론도

中에 김주애 소개 등 ‘승계 작업’ 주목
향후 단독 실무 지도 등도 관전포인트

후계자인가, 마스코트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을 놓고 정부 관계자, 전문가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감춰지곤 했던 북한 최고지도자의 혈육, 그것도 어린이의 등장은 그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주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했다.

 

◆‘Ju-ae’의 등장

 

“I held their baby Ju-ae.”(나는 그들의 아기 주애를 안았다.)

 

2013년 9월, ‘주애’란 이름이 처음 알려진 순간이다.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평양을 다녀온 뒤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 응하던 중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딸 주애를 안아봤다”고 말하면서 김 위원장 자녀의 이름이 영어로 처음 공개됐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2013년 2월 리설주가 출산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점으로 미루어, 김 위원장 부부가 돌이 안 된 아기를 로드먼에게 보여준 것으로 추정됐다.

 

이름 뜻은 ‘사랑하는 리설주’로 알려져 있다. 리설주의 이름에서 ‘주’를 따고 ‘사랑 애(愛)’를 붙여 김 위원장이 지었다는 것이다. 로드먼이 당시에 한 설명이라고 일부 전문가가 기억했다. 가디언 인터뷰와 달리 이 언급은 원문을 찾기는 어려웠다. 10년 전 일이고 당시 로드먼이 방송, 신문, 잡지 등 여러 매체와 인터뷰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정확한 출처를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부모 이름에서 글자를 따오는 북한 작명법에 따라 그럴듯한 해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김정일이 부모인 김일성과 김정숙에서 한 글자씩 따온 이름이고,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에서 한 글자를 따왔다. 김주애 역시 이 관습에 따랐을 수 있다. 중국 매체도 ‘主愛’나 ‘朱愛’로 표기하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 자녀가 2010, 2013, 2017년생으로 세 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첫째와 셋째는 아들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통일부는 모두 “정황과 첩보일 뿐”이라며 확실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차녀로 간주되고 있는 김주애의 이름 역시 북한이 정식으로 공개하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은 만큼, 아직 단정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로드먼이 ‘지애’나 ‘주혜’를 주애로 들었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것이다.

 

◆3대 주장 갑론을박 중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새 북한 매체에서 김주애의 활동이 7번 보도됐다. 김주애가 들어간 우표 발행과 건군절 열병식 사진첩 발행까지 합하면 9번이다. 북한 당국이 김주애에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유도하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①후계자

 

후계자설을 처음 제기한 인사는 정성장 세종연구원 통일전략실장이다. 정 실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와 권력 이양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그는 김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고 10∼20년 후 일정 시점이 되면 후계자로 공식 지명돼 상응하는 직책을 받을 것으로 본다.

 

후계자 내정을 말하기엔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 그는 “내정과 공식 지명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는 “2021년 미국에서 김 위원장 이모 고용숙 부부를 만나 인터뷰했다”며 “김정일은 김정은이 8세 때 그에 대한 찬양 가요인 ‘발걸음’을 측근들 앞에서 처음 공연시켰고, ‘앞으로 정은이가 후계자’라고 했으며, 군의 충성 맹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시 소수의 측근에게만 알렸기 때문에 김정은은 오랫동안 그의 이복형 김정남이나 친형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외부의 억측으로 마음고생을 했다”며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아 후계자 내정 사실을 간부들과 인민에게 조기에 공표해 억측이 도는 것을 차단하고 후계자에게 어려서부터 폭넓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주애를 부르며 ‘존귀하신’이나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쓰는 점, 북한 권력 서열 5위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주애를 “모신다”고 보도하는 점 역시 최고지도자급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2월8일 건군절 열병식 때 김주애의 준마가 공개된 것도 “후계자 책봉식을 방불케 한 요소”로 꼽는다. 북한 매체가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고 한 적도 있다. 여러 자녀 중 김주애가 낙점됐다는 시사로도 읽힌다. 정 실장은 대북제재 탓에 후계자가 될 자녀를 비밀리에 유학 보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②핵개발 정당화

 

아직은 신중론이 더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 분석은 핵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으로 김주애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선언했다가 다시 핵개발로 돌아선 뒤, 북한은 군사적 준비뿐 아니라 핵개발을 정당화하는 법·제도·정치·사상적 정비를 해나가고 있다. ‘비핵화 선언→협상 실패→정면돌파 선언→핵무력 법제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민을 설득할 명분으로 꺼낸 논리가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 담보’다. 특히 김주애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 참관을 시작으로 등장해, 군사 관련 행사에 주로 나타났다는 점도 그 근거가 됐다. 대북제재와 만성적인 식량난, 경제난에 포위된 북한으로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과 미사일 시험 지속을 위해 주민의 불만을 잠재울 논리 개발과 사상 무장이 필요하다. 김주애가 상징하는 자녀 세대, 미래 세대는 북한 매체 표현대로 “굶어 죽어도 완성해야 할” 핵무력의 이유가 되는 셈이다.

 

군사 분야 외에 평양 새 거리 지구 착공식 등 경제 행보에 동행한 것에 대해서도 “미래 세대에 물려줄 물질적 재부로서의 의미”(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란 분석이다.

 

③정상국가 이미지 연출

 

딸 공개는 지극히 김 위원장다운 통치 스타일일 뿐이란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악마화’된 데 맞서 정상국가 이미지를 심는 데 신경 썼다. 배우자 리설주 공개가 대표적이다.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의 배우자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리설주는 일찌감치 대중 앞에 등장, 다른 정상국가 지도자처럼 퍼스트레이디 외교 역할을 맡았다. 김주애 공개 역시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족을 동반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정상국가’에 걸맞은 ‘정상가족’ 연출인 셈이다.

 

통일부는 최근 1년간 북한의 당·정·군 조직 변화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 통치의 장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선전·선동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도 ‘정상국가 이미지 정치’에 힘을 싣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도 김주애는 ‘후계자’보다는 ‘귀여운 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보미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김주애는 열병식 내내 자유롭게 행동했는데 후계자에게 요구되는 절제된 자세나 태도들은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핵심은 ‘중국 동행’

 

향후 관전 포인트는 방중 동행이 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향후 후계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김주애의 단독 실무 지도나 김 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하는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후계자 내정 때에도 중국을 방문한 사례가 있고, 북·중 관계가 특별한 관계라는 점에서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다면 중국 고위급과 만나는 데 동행하거나 소개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북한 매체에서 후계자 내정 뒤엔 최고지도자는 ‘현지 지도’를 했다, 후계자는 ‘실무 지도’를 했다는 표현으로 구분했다”며 “김주애가 커서 현장에 가서 지적, 지시를 내리게 되고 이걸 ‘실무 지도’로 표현한다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도 “다방면에 걸쳐 경험을 시켜주려 할 텐데, 중국의 발전상을 일찍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걸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