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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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탈표’ 충격에 꼼수 남발하는 민주당 친이재명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가시화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당내 소통을 강화해 문제를 풀겠다고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측은 ‘개딸(개혁의 딸들)’ 등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기대 수세에서 벗어나 보려는 잔꾀나 꼼수를 잇따라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중앙위원회 소집이나 당원 투표를 통해 이 대표 사퇴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중앙위 구성이 친명 일색인 마당에 여기서 대표 거취를 논하자는 것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당원 투표도 당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강성 당원 뜻대로 하자는 말과 마찬가지다. 중앙위나 전 당원 투표 권한에 대표 거취 문제는 명시돼 있지도 않다. 한술 더 떠 친명계 초선인 김용민 의원은 이탈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표결 보이콧에 나서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않아 투표를 무산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표결 불성립’이 돼 다음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또다시 표결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꼼수에 꼼수만 더하면 민주당은 더욱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 대표가 만류했지만,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에 대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김 의원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그분들(비명계)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 공천 룰까지 건드리게 되면 민주당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개딸 등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대표와 경쟁한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제명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자신들의 견해를 따르라고 정치인을 협박하고, 좌표를 찍어 비난성 댓글 폭탄을 날리는 친명 강성 지지층의 관행은 도를 넘어섰다. 민주당이 비명계를 겨냥해 꼼수를 남발하고, 극성 지지층의 과도한 행태를 방치한다면 민주 정당의 자격까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오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다루는 첫 공판이 열린다. 당 대표가 하루 걸러 재판정에 피고인으로 선다면 이는 당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을 격랑에서 건져낼 수 있는 방법은 이 대표의 정치적 결단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