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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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논란’ 국민연금, 작년 80조원 날렸다

기금 수익률 -8.22%… 역대 최악
美 긴축·우크라전쟁 등 악영향
공단 “대체투자서 손실폭 줄여”

약 9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2022년 한 해 8.22%가량의 수익률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경색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발표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기금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진 2055년이 될 것이라는 잠정치가 나온 데 이어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국내외 주식·채권 시장에서 손해를 보긴 했지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서 손실 폭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2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지난 한 해 -8.22%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연금기금 금융부문 수익률은 구체적으로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대체투자 8.94%이다.

지난 1년간 국민연금 자산 운용에 따른 손실금은 79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은 전 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측은 “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작년 손실을 고려해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손실 폭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다. 첫 번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0.18%의 수익률이다. 두 번째는 미·중 간 무역전쟁과 세계적인 통화긴축의 여파로 2018년 수익률이 -0.92%로 떨어진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로 손실 폭은 역대 최악이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투자에서 10% 이상의 손실을 봤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주식시장 불안요인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외 채권도 마찬가지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반면 대체투자자산은 부동산, 인프라 자산의 평가가치 상승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한 해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이는 해외시장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송민섭·이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