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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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332명, MVP 출신만 7명…'스타 총출동' WBC 관전포인트는? [S스토리]

① MLB 슈퍼스타 ② 갓정후 ③ 한국팀 4강

참가국 16→ 20國, 600명 출전
트라우트·오타니 등 ‘야신 전쟁’

이정후 미국서도 스타성 인정받아
“팀 다음 단계로 진출시킬 선수”
한국, 8강 무난 전망 속 4강 기대감

올겨울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선수들의 이적 및 계약 소식만 듣느라 다이아몬드 그라운드의 풀내음이 그리웠던 야구팬들에겐 3월의 ‘봄 야구’가 흥미로울 법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뚝 끊겼던 국제적인 야구 이벤트가 오랜만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바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2017년 4회 대회 이후 2021년 열릴 예정이었던 5회 대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면서 6년 만에 WBC가 다시 돌아왔다.

WBC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의 이강철 감독 및 선수단이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SSG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출전국도, 슈퍼스타 출전도 역대 최고의 WBC

 

혹자들은 2008 베이징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20 도쿄 올림픽 야구가 코로나19 국면 중 열린 국제적인 야구 이벤트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실제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2021년에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2020 도쿄에서 야구 참가국은 단 6개에 불과했고, 전력을 다해 선수단을 꾸린 것은 개최국인 일본과 ‘디펜딩 챔피언’으로 2연패를 노렸던 한국뿐이었다. 미국은 마이너리거와 유망주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렇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하는 선수들 간의 맞대결을 보고 싶다면 WBC를 보는 게 정답이다. 2006년 초대 대회가 창설됐던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관장하는 대회로 메이저리거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유일한 국제 야구대회다. MLB는 26인 로스터에 포함된 주전 선수들은 오로지 WBC 차출만 허용하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 총연맹(WBSC)가 주최하는 프리미어12도 있지만, WBSC는 일본 야구계의 입김이 상당히 큰 데다 MLB 사무국에서 26인 로스터는커녕 유망주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경계에 있는 선수들이 포함되는 40인 로스터 선수들의 참가도 불허하고 있어 메이저리거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6년 만에 열리는 2023 WBC는 이전 네 차례의 대회와 양과 질에서 차원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참가국 수가 기존 16개국에서 20개국으로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총 600명의 출전 선수 중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만 7명일 정도로 슈퍼스타들이 대거 출동했다. 올스타 선정 이력 선수는 67명이며, 메이저리그 구단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186명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계약 신분의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332명의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들이 출전한다. 전체 출전 선수의 절반 이상이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인 셈이다.

 

사실 WBC는 대회 초창기만 해도 슈퍼스타들의 불참 비중이 컸다. 축구의 월드컵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지만, 야구는 이미 미국이 세계최강이란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수백억의 연봉을 받은 슈퍼스타들에겐 WBC는 부상을 감수할 만큼의 큰 메리트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1회 대회였던 2006 WBC에는 당시 현역 최고의 타자이자 MVP 수상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치퍼 존스(1999년 NL MVP), 켄 그리피 주니어(1997년 AL MVP) 등의 빅네임이 등장했지만, 이후엔 스타급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적이었다.

 

다만 2023 WBC는 야구의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MLB 사무국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 등이 겹치며 슈퍼스타들이 직접 출전의사를 밝혔다. 이래저래 이번 WBC를 꼭 봐야하는 이유다.

트라우트

◆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는 누구?

 

이 선수의 출전만으로도 2023 WBC가 갖는 위상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4회 대회 우승국으로 ‘디펜딩 챔피언’인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32·LA에인절스)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년차 시즌에 타율 0.326 30홈런 83타점 49도루로 슈퍼스타 반열에 들어간 트라웃은 2022년까지 12시즌 동안 MVP만 3회(2014, 2016, 2019)를 수상했다.

 

통산 350홈런 896타점 204도루를 기록 중인 트라웃의 진가는 비율 스탯, 그리고 세이버매트릭스 스탯에서 드러난다. 통산 타율 0.304를 기록 중인 트라웃의 통산 OPS(출루율+장타율)는 1.002.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생애 한 시즌에도 기록하기 힘든 OPS 10할을 12시즌 동안 유지 중이다. 여기에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82.4(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로, 아직 30대 초반임에도 통산 60위에 올라있다. wRC+(조정득점 창출력)은 172로, 통산 6위다. 트라웃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 타선의 중량감은 20개국 중 최고라는 평가다.

오타니

트라웃에 대항하는 슈퍼스타로는 투타겸업 ‘이도류’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로 꼽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LA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다섯 시즌을 소화하고 2018년 빅리그로 무대를 옮긴 오타니는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2019년과 2020년엔 부상에 허덕였다. 2019년엔 투수로는 한 이닝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부상이 말끔히 사라진 2021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평정했다. 타자로는 46홈런 100타점, 투수로도 시속 160km의 속구를 앞세워 9승2패 평균자책점 3.18를 기록하는 등 투타겸업에 완벽히 성공하며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엔 타자로 34홈런 95타점, 투수로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의 10승-10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등의 각종 진기록들을 달성하며 다시금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 이어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저지만 아니었다면 MVP 2연패도 가능했다.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도 투수와 타자를 모두 병행한다. 메이저리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선발투수가 강판돼도 지명타자로 경기를 계속 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오타니 룰’을 신설했는데, 이번 WBC에서도 오타니 룰은 적용되기 때문에 오타니가 선발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홈런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06, 2009 WBC 2연패를 달성했던 일본은 오타니를 앞세워 14년 만의 WBC 우승에 도전한다.

이정후

트라웃과 오타니에 맞서는 한국의 간판스타는 지난 시즌 KBO리그 MVP를 수상하며 국내무대를 평정한 이정후(25·키움)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는 2006 WBC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좌익수로 베스트9에 선정된 바 있다. 이정후가 이번 WBC에 출전하게 되면서 한국 선수 중엔 최초로 부자가 WBC에 출전하게 된 셈이다.

 

KBO리그 6시즌 통산 타율이 0.342에 달할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스타성을 주목하고 있다. MLB.com은 WBC 한국 대표팀을 평가하면서 “몇몇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있고 가장 유명한 선수는 세인트루이스의 토미 에드먼,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매력적인 스타성을 지닌 선수는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 같은 KBO MVP 이정후다. 이정후는 한국을 B조에서 다음 단계로 진출 시킬 수 있고 이는 가장 큰 무대인 미국에서 이정후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MLB.com은 WBC 본선에 나서는 600명의 선수 중 외야수 올스타로 메이저리그 MVP 출신인 무키 베츠, 마이크 트라웃과 함께 이정후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최근 미국 유망주 평가 매체인 ‘베이스볼아메리카(BA)’에서 아직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은 WBC 출전 선수들 가운데 10명의 유망주를 꼽았는데, 이정후는 4위에 올려놓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였다.

◆ 14년 만에 다시 4강 이상을 바라보는 한국 대표팀

 

WBC는 한국 야구에게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안긴 대회다. 2006년 1회 대회 땐 여섯 경기를 내리 이기는 과정에서 일본을 두 번 잡으며 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4강에 올랐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 2009년 2회 대회엔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까지 꺾으며 결승에 올랐지만, 10회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 대회 모두 우승엔 실패했으나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반면 2013, 2017년 WBC는 본선 1라운드도 넘지 못했다. 2013 3회 대회엔 조별예선에서 2승1패를 거뒀으나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에 당한 0-5 패배로 인해 득실차로 조 3위에 밀리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17 4회 대회는 본선 1라운드를 홈인 고척돔에서 치러져 기대감이 컸던 대회였다. 그러나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1-2로 패한 뒤 2차전 네덜란드전마저 0-5로 패하며 일찌감치 2라운드 탈락이 결정됐다.

이번 WBC 대표팀은 지난 두 번의 ‘타이중 참사’와 ‘고척돔 참사’를 설욕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일단 호주, 일본, 중국, 체코와 속한 조편성은 무난하다는 평가다.

 

8강 진출의 키는 첫 경기인 호주전에 달렸다. 전력이 한참 덜어지는 중국과 체코를 잡는다고 가정하면, 전력상 한 수위인 일본에게 패한다 해도 호주만 이기면 3승1패로 조 2위로 8강 진출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해외 베팅업체들은 한국의 우승 확률을 4위에서 7위로 내다보고 있다. 8강 진출은 무난할 것이란 평가인 셈이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베팅업체 포인츠베트는 최근 이번 WBC에 참가한 20개국의 우승 시 배당률을 소개했는데, 한국은 베네수엘라와 함께 ‘+1000’으로 공동 4위로 평가됐다. ‘+1000’은 배당률 10배에 해당한다. 1만원을 걸어 적중하면 10배인 10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배당률 ‘+250’으로 우승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정리됐다. 미국이 ‘+275’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일본은 ‘+300’으로 세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8강진출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호주의 배당률은 ‘+15000’으로 하위권으로 예상됐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