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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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23학년도 자연계 정시 ‘톱20’서 이공계 학과 전멸

2023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정시 현황 분석

2022년 15위 서울대 컴공도 아웃
모두 의·치의예과… 쏠림 심화
고수익·사실상 정년 없어 선택
정부 이공계 지원책 마련 시급

2023학년도 전국 대학 자연계열 정시모집에서 의·치의예과가 상위 20위를 싹쓸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에는 서울대 1, 2개의 이공계 학과가 자연계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는 이마저 1곳도 없는 것이다. 최상위권 이과 수험생의 ‘의대 쏠림’에 따른 국가·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이공계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시기관 종로학원은 전국 4년제 대학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입시결과 발표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분포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 상위 20개 학과 최저 합격선(국어·수학·탐구2 표준점수 합산)이 407점으로 파악됐다고 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자연계열 톱20 학과에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고려대·가천대·경희대·아주대·중앙대·한양대·이화여대·인하대 의예과가 409∼417점으로 1∼14위에 랭크됐다.

 

또 13위의 서울대 치의학과와 15위의 연세대 치의예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학과는 경북대·부산대·순천향대·한림대·단국대(천안) 등 비수도권 의예과였다.

 

특이점은 2000년대 이후 가속화한 ‘의대 쏠림’ 추세에서도 2015학년도 서울대 수학교육과(15위)·화학생물공학부(18위), 2020학년도 서울대 수리과학부(13위)·컴퓨터공학부(14위), 2022학년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15위) 등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이공계 학과가 올해엔 ‘전멸’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1997년) 전후 자연계열 톱20 학과 중 이공계는 △1985·1990학년도 서울대 물리학과(1위) 등 각 16개 △1995학년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2위) 등 9개 △2000학년도 서울대 건축학과(8위) 등 7개였다.

 

이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은 학부모 세대가 자녀 대학 전공 선택의 중요 지표로 직업적 안정성을 꼽으면서다. 대입 이과 수험생들 역시 대학 졸업 후 취업난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대의 경우 예과·본과와 인턴·레지턴트 과정 등 10∼12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평균 2억3070만원(2020년 기준)가량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전문직이라 사실상 정년이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안정적이고 정년이 사실상 없는 전문직 의학계열 진로 결정에 공감대를 갖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의대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의대 39개교는 2023학년도 전체 모집인원(3084명) 중 38.3%(1182명)를 정시에서 선발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