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내의 이른바 워키토키 빌딩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고인의 유족에 따르면 비뇰리는 2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으며 사인은 동맥류다. 유족은 비뇰리를 “개성 넘치고 시대를 초월한 수많은 건축 유산을 남긴 선지자”라고 묘사했다. 이어 “고인의 디자인은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들에 구현돼 있다”고 강조했다.
비뇰리는 1944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수학교사, 아버지는 연극 연출가였다. 5살 때 부모를 따라 이웃나라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비뇰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동료들과 건축회사를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등 전도 유망한 젊은 건축가로 꼽혔다.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군사정권이 수립되며 비뇰리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자유를 찾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그는 명문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 직위를 얻었다. 이후 뉴욕에 자신의 이름을 딴 설계사무소를 차리고 건축가로서 본격적 활동에 나섰다.
필라델피아의 킴멜 공연예술센터, 클리블랜드 미술관, 일본 도쿄의 국제포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축구단의 연습장 등이 비뇰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세계 각국의 사무실과 주거용 건물, 호텔, 공연장, 경기장, 공항 등에 비뇰리의 솜씨가 남아 있다.
여러 건축물 가운데 BBC는 런던 시내에 있는 초고층건물 워키토키에 주목했다. 2014년 완공된 이 빌딩은 겉모습이 가운데가 오목한 무전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워키토키란 이름이 붙었다. 아직 건축이 진행 중이던 2013년 9월 건물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반사해 주변에 주차된 자동차들의 유리나 타이어를 녹인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건축주는 급히 외벽에 그물을 쳤지만, 현지 주민과 언론으로부터 ‘최악의 민폐 건물’이란 혹평을 받았다. 지금은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