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여성 소리꾼들이 공연한 전통 음악극)을 소재로 해 인기가 많았던 네이버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창극단은 오는 17∼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신작 ‘정년이’를 공연한다.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 ‘정년이’는 전남 목포에서 소리 재능을 타고난 소녀 ‘윤정년’과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솔직하고 당차면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정년과 주변 여성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도 수상했다.
창극으로 다시 태어난 ‘정년이’는 원작을 뼈대로 하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만드는 여성국극 무대를 극중극으로 재현하며 생동감을 더한다.
남인우와 소리꾼 이자람이 각각 연출·공동극본과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남인우 연출은 지난달 23일 제작발표회에서 “여성국극은 한국전쟁 때도 맥을 이어가며 여성 소리꾼들의 연대의 힘을 보여준 예술 장르”라며 “이를 소재로 한 창극을 소리꾼들과 함께 만들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툰 장르의 만화적 재미도 음악에 녹여냈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만화를 볼 때 독자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듯, 판소리도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라면서 “만화적인 유머를 놓지 않으려고 창을 짜며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했다.
주인공 윤정년 역은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과 조유아가 번갈아 맡으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두 배우는 “극 중 정년의 이야기가 내 얘기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연은 “창극 배우를 꿈꿨던 시절이 떠올라 정년이의 마음에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며 “관객들이 그림으로 보던, 상상했던 모습을 무대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조유아는 “(정년이가) 창극 배우를 꿈꾸며 국립창극단에 들어가 큰 무대에 서고 싶었던 저와 너무 비슷해 끌렸다”며 “웹툰에서 보지 못했던 생생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창극 ‘정년이’에 대한 관심은 이미 뜨겁다. 전 좌석이 조기 매진돼 공연을 3회나 추가했다. 김영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직무대행은 “요즘 같이 창극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만들고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