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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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극복·국익 우선 ‘투트랙’… 한·일관계 꼬인 매듭 푼다 [尹정부, 강제동원 해법 발표]

尹대통령 메시지 분석·전망

“과거는 과거대로 해결 노력하면서
양국이 미래의 문 함께 열겠다는 것”

북핵 위협·글로벌 공급망 협력 절실
한·미·일 협력 체계 구축 시급 판단

‘반쪽해법’ 부담… 경제안보 성과 속도
셔틀외교 중단 12년째… 논의 가능성
3월 말 방일 ‘尹·기시다 선언’ 주목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강제동원피해자 배상 해법의 초점을 ‘미래’에 맞췄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대일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요지부동인 일본을 대신해 한국 정부·기업이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양국 경제단체가 추후 조성할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일본 기업을 참여케 하며 적절한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양국 정상의 공동 선언을 추진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복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 등을 정상 외교 성과물로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윤 대통령이 3월 말쯤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또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한 양국의 안보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경제적 공조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반성과 사죄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은 작은 상태다.

조만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전화통화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중에 한·일 양국 정상의 통화계획은 없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서 추가 언급이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2011년 일본 총리가 서울을 방문하고 그해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이래 양자 회담을 위한 양국 정상의 방문이 중단된 지 12년째”라며 “이 문제를 양국 정부가 직시하고 있고 필요하면 앞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래의 문을 열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하고 현안을 해결했으면 양국 지도자가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며 “방일은 (해법 발표) 후속조치로 나올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답했다.

북한이 지난달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국가의 이성적 결정”이라며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경제안보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하고 글로벌 공급망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빨리 한·미·일 협력체제를 구축해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은 과거를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과거는 과거대로 해결하면서 미래의 문을 함께 열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한 시민이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피고기업이 배상안 참여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에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우회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참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지난 두달 간 (논의를) 이렇게끌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간접적으로라도 (일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절묘하게 함께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강제동원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그렇게 나라는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일본 전범 기업이 빠진 배상안을 발표하는 정치적 부담을 진 만큼 가급적 빨리 성과물을 내놓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일 셔틀 외교 복원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에 초점을 맞추며 경제외교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안보협력의 상징인 지소미아를 정상화 하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피고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섰다.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발표로 양국이 과거 정치현안과 관련해 화해하고 치유하는 걸 넘어서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가속화하고 한국의 한류와 일본 소프트파워가 결합된 인적교류까지 광범위하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양국이 서로 이익을 도모할 장치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미·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