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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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2공항 건설, 환경 훼손·주민 갈등 최소화가 관건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짓겠다고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그제 ‘조건부 협의’를 조건으로 통과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제주지사 시절 평가서 본안을 제출한 2019년 9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그해 12월과 이듬해 6월에도 보완된 평가서를 냈지만 반려됐던 걸 감안하면 일단 큰 산을 넘은 셈이다. 환경부는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조류 서식지 보호 계획 그리고 항공소음 저감 대책과 법정 보호생물 현황조사도 주문했다.

제주공항의 혼잡도와 노후화를 감안하면 제2공항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2970만여명, 운항 편수는 16만9624회에 이른다. 이미 2019년 활주로 용량이 102%를 넘어서 안전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1만6179편에 달하는 지연 편수 가운데 기상 여건을 제외한 혼잡도 등 인프라 관련 건수가 93%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제주공항의 약 1.5배 면적(545만7000㎡)에 활주로 길이만 3.2㎞인 2공항이 2035년 1689만명, 2055년 1992만명을 수용하면 기존 공항과 함께 장래 제주 항공수요 예측치인 4000만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국토부가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담긴 기본계획안을 고시하면 본격적인 환경영향 평가 절차가 진행된다. 환경영향 평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아닌 제주지사가 환경부 의견을 수렴하고 제주도의회 동의도 얻어야 한다. 당장 민주당 출신의 오영훈 제주지사는 그간 국토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제주도가 배제된 데 대해 환경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도의회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다.

양분된 제주도 민심을 달래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반대(47%)가 찬성(44.1%)보다 많았지만, 성산읍 주민대상 조사에서는 찬성이 월등히 높았다. 제주제2공항백지화 비상도민회의 등은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를 요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따른 편익성 제고와 환경훼손 문제는 양립하기 힘든 난제다. 그렇더라도 정치적 산물인 ‘가덕도신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엄정하고 투명한 협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 소모적 논란보다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편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