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늘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뽑는다. 모바일 투표와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절차는 어제 오후 모두 마무리됐다. 당권 주자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해 12일 당 대표를 확정한다. 최종 투표율은 55.1%를 기록했다. 역대 국민의힘 전당대회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집권당 전당대회인 데다, 후보 간 경쟁이 유난히 뜨거웠다는 점이 높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경선은 높은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내용상으로는 국민 기대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원 투표 100%’ 룰 변경, 윤심(尹心) 논란으로 극심한 분란 속에 출발한 경선은 막판까지 이전투구로 치달았다.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보들은 어제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들이 단체 채팅방 2곳에서 김기현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했다는 의혹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는 급기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 의혹은 정당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여권 내 극에 달한 불신의 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앞서 김 후보는 자신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안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황 후보가 처음 제기한 땅 투기 의혹은 울산 KTX역 연계 도로가 김 후보 소유의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2007년 설계가 변경되며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수사대상이 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친윤, 비윤 등으로 갈려 막판까지 추태를 보였다. 당원들은 높은 투표율로 성원을 보내고 기대를 보였는데, 후보들은 수준 이하의 선거운동으로 실망만 안긴 셈이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그 후유증은 크고 깊을 것이다. 시종 윤심 개입 논란이 거셌던 터라 패자의 승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번 경선은 1년여 남은 총선에서 벌어질 공천 갈등의 전초전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런 때일수록 새 당 대표의 책임이 막중하다. 정치력을 발휘해 갈등의 골을 서둘러 메우고,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국정을 제대로 뒷받침해야 한다.
[사설] 흥행 성공했으나 막판까지 ‘추태 경쟁’ 벌인 與 대표 경선
기사입력 2023-03-07 23:31:39
기사수정 2023-03-07 23:31:38
기사수정 2023-03-07 23: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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