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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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로 떠나는 금오산 여행 [명욱의 술 인문학]

서울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문경, 상주를 지나 선산휴게소부터 시작하는 지역이 있다. 서로는 김천시, 남으로는 칠곡군과 접하는 곳. 구미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구미시 하면 근현대의 국가산업단지로 많이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역사가 있는 곳이다. 후삼국 시대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신검이 후삼국 시대를 종결짓는 최후의 전투인 ‘일리천 전투’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 물산이 풍족한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좋은 조건 덕분에 구미 시내인 선산군과 인동 장씨의 집성촌인 인동군이 발전했다. 조선 후기 학자 이중환(李重煥)이 쓴 택리지에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군에서 난다”고 한 ‘선산’이 바로 이곳이며, 이 이름을 딴 곳이 바로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선산휴게소다.

경북 구미시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디지털 문화로 펼쳐지는 다양성을 품은 도시다. 사진은 산동탁주양조장에서 빚는 막걸리 2종.

대표적인 인물이 충절의 대명사인 길재(吉再)다. 길재는 고려 말, 조선 초의 성리학자지만 고려에 충절을 보인 인물이었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우왕의 죽음을 듣고 3년상을 치렀으며, 조선 초 태종 이방원이 태상박사에 임명했으나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그의 가르침을 얻으려는 학자가 줄을 이었으며, 그의 학맥을 이은 인물이 김종직, 정여창, 조광조다.

구미시의 핫플레이스는 금오산 도립공원(976m)이다. 이곳의 특징은 코레일 구미역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다는 것. 아마 전국의 코레일 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립공원이 아닌가 싶다. 소백산맥의 지맥에 솟은 산으로, 산 전체가 급경사의 기암절벽을 이뤄 곳곳에 경승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금오랜드 등 다양한 유원지 및 관광시설은 물론 맛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합한 카페들도 많이 숨어 있다. 봄에는 벚꽃이 휘날리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의 특별함은 케이블카에도 있다. 높이 38m의 명금폭포와 신라의 승려 도선이 세웠다는 해운사까지 운행한다. 여기까지 등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 역시 하나의 매력이다.

숙박으로 유명한 곳은 호텔 금오산. 4성급 호텔인 이곳은 2009년 재개관, 금오산 도립공원의 랜드마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창밖으로 보이는 금오산 뷰와 도보로 2∼3분만 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는 것. 농특산물도 의외로 많다. 방울토마토, 밤고구마, 참외, 표고버섯, 멜론, 친환경 쌀, 파프리카 등이 유명하다. 구미시를 생각하면 역 주변의 도심만 생각하게 되지만 알고 보면 지산들판, 해평들판, 선산읍의 포평들판 등 농업으로 유명한 평야들도 존재한다.

이곳의 막걸리는 ‘동네방네 금오산 막걸리’와 ‘산동 생막걸리’. 동네방네 금오산 막걸리는 깔끔함과 담백함을 품고 있다면 산동 생막걸리는 밀과 쌀이 버무려진 막걸리로 특유의 옛 감성을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다. 동네방네 금오산 막걸리는 동네방네 봉곡동 양조장에서 매일 아침 600병만을 수제로 제조해 동네 주민들에게 판매한다고 한다. 산동탁주양조장에서 빚는 산동 생막걸리는 구미시에서 첫 번째로 향토 뿌리기업으로 지정된 업체다. 특히 막걸리 라벨에는 ‘SINCE 1924년’이라고 쓰여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최근에는 구미시 국가산업단지의 신라면 공장 등에서 견학 및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또 특별한 기록이 있는데, 국내 최초로 인터넷이 구축된 도시라는 것.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이루어낸 성과로 세계 2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렇게 구미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디지털 문화로 펼쳐지는 다양성을 품은 도시다. 무엇보다 구미역에서 내려서 금오산을 도보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천천히 가는 여행의 묘미를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