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8일 후원금 횡령 의혹 이후 약 3년 만에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윤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연이 주최한 제158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지난 3년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이 운동과 활동가들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숨 쉬면 숨 쉰다고 공격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2015년 12월28일을 기억한다“며 “추운 겨울날 할머니들이 담요를 쓰고 이 거리에 앉아 요구한 건 돈이 아니라 사죄와 배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의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세워질 수 있다”며 “그게 바로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정의연 상징색인 보라색 풍선과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노란색·파란색 장미를 손에 들었다. 윤 의원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노란색 꽃을 들었다.
수요시위 맞은편에서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반일공상공대위 등 10여명이 반대집회를 열고 “정의연 해체”나 “소녀상 철거”를 외쳤다.
윤 의원이 마지막으로 수요시위에 참석한 것은 3년 전인 2020년 3월25일이다. 윤 의원은 당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되면서 정의연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4·15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같은 해 5월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고발이 쏟아지자 수사에 착수해 그해 9월 윤 의원을 불구속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지난달 10일 대부분 무죄로 판결했다. 윤 의원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검찰이 횡령 혐의로 기소한 1억37만원 중 1718만원만 유죄로 인정,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결과에 검찰과 윤 의원 측 모두 항소한 상태다.
윤 의원은 이날 수요시위를 마친 뒤 “그 사건(횡령 의혹)으로 3년 만에 수요시위를 처음 나왔다”며 “사실 매주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이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유죄로 판결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만 밝혔다.